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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가자의 절규’에서 우리는 자유로운가 / 김어진 |
중동에서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는 것을 공포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의 피를 제물로 삼고 있다. 하마스가 포함된 팔레스타인 통합자치정부 안에 미국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스라엘에 전쟁범죄를 묻자는 유엔 결의안에도 반대표를 던진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둘 모두에게 ‘그만두라’고 외칠 뿐이다. 교전이 아니라 학살인데도 말이다.
이스라엘의 잔인함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분할 통치 역사와 미국의 경비견 전략이 있다. 아랍지역을 12개 나라로 분할했던 유럽 강대국(영국·프랑스·러시아)의 제국주의 분할 협정(1916년 사이크스·피코 협정), 아랍인과 유대인이 평화롭게 살고 있던 곳에 유대인만의 국가를 만들어 주겠다는 영국 밸푸어 외무장관의 선언(1917년 밸푸어 선언)은 팔레스타인 비극의 원천이다. 2차대전 이후 영국이 팔레스타인에서 손을 떼자 미국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미국은 지금도 매년 3조원을 이스라엘에 지원한다. 미 하원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피바람 속에서도 이스라엘 미사일방어체제에 2천억원 이상의 지원예산을 책정했다.
한국 정부는 자유로운가? 유엔 결의안에 한국 정부가 기권 표를 던진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세월호 특별법에 침묵하는 정부는 가자지구의 억울한 죽음에도 기권했다. 팔레스타인이 유엔 총회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국가 지위를 부여받을 때도 한국은 미국의 눈치를 보며 기권했다.
한국 정부와 국내 일부 기업들은 이스라엘의 만행을 묵인할 뿐 아니라 이스라엘이 경제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교류를 유지하거나 심지어 점령 사업에도 직접 참여했다. 현대중공업과 기아자동차, 두산인프라코어의 장비가 팔레스타인의 가옥을 부수고 정착촌과 검문소를 짓는 데 쓰이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팔레스타인 공습에 핵심적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진 신형 방공 시스템 ‘아이언 돔’을 사들이고 초계함 네 척을 팔려는 시도도 있었다. 지난 7월2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스라엘 경제부와 무인항공기 분야 기술협력을 위한 의향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 무인항공기들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폭격을 위한 사전 탐지에 쓰일 것이다. 팔레스타인 시민사회는 국제사회에 이스라엘 점령에 공모하는 기업들에 대한 BDS(보이콧·투자철회·제재의 영문 약자)를 요청하고 있다.
‘계란에 바위 치기 아니냐’는 비관은 금물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최대 기독교 종파 가운데 하나인 장로교단이 지난 7월 초 캐터필러, 휼렛패커드, 모토롤라 솔루션 등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불법점령지 구축과 연관된 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를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팔레스타인 점령 반대와 가자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전세계의 움직임은 이스라엘 정부를 비판하는 이스라엘 내의 정의로운 세력들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최근 이스라엘 내에서 5천명 이상 규모의 꽤 큰 집회가 있었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는 수만명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주 토요일에도 국내의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준비하는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오후 4시 광화문에서 열린다. 가자의 참혹한 죽음을 추모하고 이스라엘의 만행뿐 아니라 한국 정부의 묵인에도 가만있지 않는 한국의 팔레스타인 라피크(친구라는 뜻의 아랍어)들이 되자.
김어진 반전평화연대(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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