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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30 18:40 수정 : 2014.07.30 18:40

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이제 그만 잊어!”

소일거리 하느라 그림을 배우고 있는 모임에 오랜만에 갔다가 한 여성으로부터 들은 소리다. 세월호 사건이 난 지 한달하고도 15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내가 세월호 기록작업을 한다는 말을 선생에게 들은 모양이었다. 다른 때와 달리 잊으라는 말이 깊은 상처로 다가왔다. ‘아니, 이제 시작인데 뭘 잊으라는 거지?’ 가슴에서 뭔가가 불쑥 올라왔다. 옆에 또 다른 여성이 잊으라는 말을 거든다. “그래 장사도 안 되고 이러다가는 다 망하게 생겼어.” 아, 그래도 이 말은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오른편에 있던 또 한 여성이 아주 결정타를 날렸다. “그 사람들 7억씩이나 받는다며?” 그날 나는 녹다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나도 이렇게 힘든데 유가족들이 이 말을 들으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을 것인가. 평범한 사람들이 참 잔인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람들도 너무 힘든 사건이라 잊고 싶은 마음에서, 동네 경제가 타격을 받을까 걱정이 되어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이 잊을 수 있는 사건인가.

“고민하는 인간은 도움이 되는 인간보다 더 높은 곳에 있다”는 강상중의 저서 <고민하는 힘>에 나오는 이 구절이 그 여성들의 말을 듣고 나니 더 깊게 다가왔다. 그 여성들이 악인이어서가 아니라 고민(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순간 타인에게 상처를 준 것이다. 유가족들에게 유족충이라고 인터넷에서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그런 댓글을 단 것을 보고 나도 생각 없이 썼을 뿐’이라는 변명을 할 때 정말 마음이 어지럽다. 일반 사람들이 ‘생각’을 하지 않고 행동을 하기 때문에 평범한 악이 저질러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일반 시민들이 사회적으로 고통을 당하는 피해자는 어떤 사람들이며,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섬세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잠시 멈춰 서서 지금 세월호 상황과 피해자들과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더라면 피해자들에게 일상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은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7월22일, 경기도 안산 글로벌 센터에서 ‘세월호 참사, 사회적 치유와 우리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정혜신 박사와 시민들 간의 만남이 있었다. 제안은 한 야당이 했지만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와동, 선부동, 고잔동 피해자 지역 주민들이었다. 일반 주민들은 피해자 가족들을 만날 때 어떤 마음으로 만나야 하는지, 만나면서 주의해야 할 지점은 없는지 등을 이야기 나누었다. 유가족을 거리에서 만날 때 죽은 아이 이름으로 불러야 할지, 또 유가족들이 음식점을 운영할 때 가서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 등 세세한 여러 이야기들까지 오고 갔다. 일반 시민들이 피해자 가족에게 주는 2, 3차 피해를 줄이고 시민들도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세월호 사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족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일이다. 모든 감정 중에 억울한 감정이 가장 자살률이 높다고 한다. 그동안 기록작가단으로 활동하면서 만난 유가족들의 마음은 억울함이었고 그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상규명이 가장 중요했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죽었는데 왜 죽어야 했는지 이유는 정확히 알아야 할 것 아니에요? 그러려면 성역 없는 수사와 기소권은 반드시 필요한데 정부가 왜 안 받아주는 건지… 300명으로는 모자라서 그럴까요? 3만명은 죽어야 들어줄까요?”

2학년 3반 유예은양의 어머니 박은희씨가 아픔을 뱉어내듯 느리게 말했다.

유가족들의 마음은 간절히 진상규명을 향하는데 일부 평범한 사람들은 정치권이 제안한 의사자 지정이나 특례입학, 배상·보상 문제로 도리어 유가족을 공격한다.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뒤틀린 마음을 풀어주고 공론화시킬 단위들이 부재하면서 사회적인 소통은 단절되고 일부 정치세력들은 이런 뒤틀린 마음들을 교묘히 이용해 정치적인 이익을 얻으려 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듣는 혜안과 사회적 진실을 구별하는 분별력을 지닌다면 진실을 왜곡하는 어떤 세력이든지 통제가 가능할 것이다. 스페인 사상가 우나무노는 ‘내면으로 전진하라’고 말한다. ‘시대를 넘어 자신의 영혼으로 흐르라’는 의미이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평범한 사람들은 더 깊고 섬세하게 내면으로 전진해야 한다. 타인의 고통이나 아픔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더 성숙한 인간일 것이다.

김순천 작가·안산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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