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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폭력 문화, 다양성 교육으로 넘어야 / 김지은·김지학 |
며칠 전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한 여성의 글이 올라왔다. 내용인즉 윤 일병 사망 사건을 두고 ‘나도 군대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비일비재한 일이다’라며 무심히 말하는 전역자들을 향해 “그렇다면 왜 어느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이 말은 수천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군대를 경험한 수많은 사람들은 왜 어느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을까? ‘군대니까 그런 거지’라며 묵인되고 허용되어 왔던 것들이, 보편적인 인권 기준에서 보았을 때는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군대문화가 군대를 넘어 학교와 직장 등에서 일상화되어 있는 현실에서 전역자가 군대문화를 비판하는 주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남을 짓밟는 형태의 폭력적인 구도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나 익숙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는가.
한국 사회에 이렇게도 폭력이 만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우리는 ‘경쟁’과 ‘폭력’을 성장 과정에서 학습한다. 우리는 학교에서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학교와 군대에서는 보편의 가치에 우선한 그 집단만의 질서가 만들어지고 ‘하나’가 될 것을 요구받는다. 또한 ‘다르다’는 것은 ‘틀리다’는 것으로 체득해야 하며, 이 강요된 틀에서 벗어날 경우에 왕따 또는 구타와 같은 ‘처벌’이 행해진다. 변화를 위해 문제를 살피는 것은 시간낭비이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부적응자임을 배운다. 이렇게 살인적인 경쟁이 요구되는 현실에서 배려심과 인권감수성을 키우기란 누가 봐도 어려운 일이다.
폭력이 만연한 사회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이제는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 타인을 배려하고 포용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절차들이 필요하다. 우선 군대문화가 깃들어 있는 학교문화를 바꿔나가기 위해, 자기 성찰과 문제의 인식, 다름에 대한 포용력과 자세 및 기술까지 아우르는 ‘다양성 교육’을 제도적으로 실행할 장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 사회의 중·고등학생들도, 특히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도 경쟁적인 문화와 획일화된 질서에 학습되어 있다. 청소년과 교사를 대상으로 다양성 교육을 실행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폭력문화를 끊어낼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특권그룹에 속할 수도 있고 억압그룹에 속할 수도 있다. 보통 자신이 가진 특권과 억압 중 한가지에 집중하곤 하지만, 그들 역시 다른 정체성에 있어서는 다른 그룹에 속할 수도 있다. 자신의 특권과 억압을 제대로 발견하고 이해할 때 다른 억압그룹의 상황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다.
오늘(8월12일)은 유엔이 정한 ‘국제청소년의 날’이다. 청소년, 청년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그리고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 지금 전제되어야 할 일은 바로 다름을 존중하는 교육의 실행이다.
김지은·김지학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 다양성교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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