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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8.18 18:46 수정 : 2014.08.18 18:46

모두들 모여 앉기만 하면 윤 일병 사건을 얘기한다. 가해병사들은 변명의 여지 없이 엄벌에 처해져야 할 살인자라는 것에 우리 사회의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 분위기다.

정말 가해병사들이 말 그대로 가해자이고 악마와 같은 살인자들일까? 나는 그들이 처음부터 특별히 폭력적인 성향을 갖고 있었던 병사들로 구성되었다고 믿지 않는다. 가해병사들 대부분 대학 재학 중에 휴학을 하고 입대했다. 모두들 군복을 입기 전에는 그저 평범한 아들이고 오빠였으며 학생이고 친구였을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청년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그들을 이와 같이 용서받을 수 없는 폭력에 가담하게 했을까?

나는 그들이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서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여러 가지 동물 실험에서 피실험 동물들이 좁은 울타리 안에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반드시 이상증세를 보이게 되어 있다. 가장 약한 개체를 공격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새끼를 물어 죽이기도 한다. 인간도 다르지 않다.

우리 군의 사병들은 자원이 아닌 의무복무자들이다. 의무복무의 대가로 우리 사병들이 국가로부터 받는 대가는 그저 최저임금제의 한시간 시급에도 못 미치는 일당 3천~4천원이고, 복무중 서너번의 휴가와 부대에 따라 시행되는 외출·외박 정도다. 반면에 그들의 일과는 고되다. 취침 시간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힘든 훈련, 교육이나 근무가 있고 일과 이후에도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내무반에서 점호준비도 해야 한다. 8시간 근무제는 꿈도 못 꾼다. 사실상 24시간 통제하에서 끊임없이 스트레스만 쌓인다.

물론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군인으로서 당연히 감내해야 할 상황일 수도 있다. 문제는 연일 반복적으로 쌓이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주었는가 하는 것이다.

윤 일병 사건의 해당 병사들의 경우, 소규모인 분대급의 병력으로 독립생활한 의무대였다고 하니 훈련이나 교육보다는 내무반 생활이 주가 되어 생활했을 것이고 고참병들이 지휘관으로부터 기강과 사고 방지를 위해 사실상 권한을 위임받아 내무반을 통제했을 것이다. 어느 정도 고참의 폭행도 묵인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분위기에서 내무반 기강과 규율을 책임진 고참 병사들이나 윤 일병 모두 끊임없이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것이다.

폭력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평범했던 젊은 청년들이 한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무지막지한 폭력을 단발적이 아닌, 지속적으로 행사하게 되었다면 반드시 그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착하고 순진했던 내 아들이 입대하고 나서 갑자기 살인폭력자로 돌변했다면 그 이유를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가해병사들을 비난하고 처벌하기 전에 그들이 어떠한 심리상태였는지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 군의 통제를 받지 않는 정신과 전문의나 심리상담사들을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검사를 받게 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의 폭력 행위가 좁은 군 내무반에서 필연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만들어진 스트레스와 어느 정도 인과관계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 우리 사회는 이 평범한 젊은이들의 창창한 미래를 한순간에 꺾어버릴 잘못된 결정을, 여론에 쫓겨 성급하게 내려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 사건이 의무복무 사병의 복무환경이 개선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근무 시간 외에는 과감히 자유로움을 주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사고 방지를 위한 통제는 거꾸로 사고의 씨앗일 뿐이다. 주한미군이나 카투사들은 일정 근무시간 이후에는 최대한으로 사생활을 보장받는다. 일주일에 2~3일은 병영 밖으로 나가 친구들과 술 한잔 나누거나 집으로 돌아가 따뜻한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한국군도 사병들을 부대 안에만 잡아두고 통제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병영 밖으로, 집으로 돌아가게 하여 주기적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대 밖에서 발생되는 만일의 사고에 대해서는 지휘관들을 문책하지 말아야 한다. 지휘관 통제권 밖에서의 사고는 전적으로 개인이 책임질 일이다.

대신 전투력 향상을 위한 일과 시간에서의 훈련과 교육은 더욱 강화해도 된다. 갈수록 우리 군내의 사병들의 나약함과 전투력 저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가정에서의 교육 방식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사고 방지가 최우선으로 되어버린 우리 군 내부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끊임없이 존재해왔던 군 내부의 각종 폭력을 이미 우리 사회가 잘 알고 있었음에도 그 문화와 풍토를 그대로 우리 아들들에게 물려준 우리 사회, 그들의 아버지 세대인 우리 모두가 가해자일 수 있음을 생각하며 이 사건을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바라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경환 무역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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