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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삼척 핵발전소 주민투표 실시되어야 / 김영희 |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핵발전소 건설 반대를 내걸고 62.4% 득표율로 당선된 김양호 삼척시장이 핵발전소 유치신청 철회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하자, 정부는 주민투표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삼척시선거관리위원회도 정부 입장을 그대로 따르면서 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주민투표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주민투표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국가 사무인지 자치 사무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핵발전소 유치 신청의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이니 이는 지자체의 고유 사무이고, 따라서 유치신청의 철회 역시 지자체의 고유 사무임이 명백하다. 신청권과 신청철회권을 별개로 볼 수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정부는 삼척에 대해 핵발전소 건설 예정구역 지정고시를 했고, 핵발전소 입지 및 건설은 국가 사무이니 핵발전소 유치신청 철회도 국가 사무라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법적인 근거가 없는 억지 주장이다.
핵발전소 터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터 사전승인이나 전원개발 실시계획 승인이 돼야 하는데, 현재 삼척은 핵발전소 예정구역 지정고시가 난 것이어서 후보지로 지정한 것에 불과하다. 비유를 하자면 일종의 가계약 같은 것을 한 셈이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를 따져보니 여기는 안 되겠다고 판단이 되면 핵발전소 터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핵발전소 터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현행법상 지진, 해일, 지하수 등 핵발전소 터 적합성에 대한 제반 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및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주민 의견 수렴, 해당 지자체와의 협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관련 규정상 지자체가 유치신청을 하거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핵발전소를 짓겠다고 신청을 한다고 해 무조건 터가 될 수는 없고, 핵발전소가 지닌 위험성 때문에 안전성에 대한 심사를 최대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삼척시는 아직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그저 후보지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존의 핵발전소 유치신청 철회가 가능하다.
더군다나 앞으로 한수원이 핵발전소 터로 신청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자체장이 한수원이나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주민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주민투표 절차를 활용하는 것은 주민투표법의 취지에 맞는 재량권 행사라고 할 것이다.
전임 시장 시절 삼척시 핵발전소 유치신청은 ‘주민투표 실시’를 조건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삼척시의회는 2010년 12월 주민투표 실시를 조건으로 핵발전소 유치 동의안을 의결했는데, 삼척시는 주민투표를 하지 않는 대신 ‘핵발전소 유치 동의에 관한 주민서명’을 받았다면서 이를 근거로 유치신청을 하였다. 삼척시 유권자 5만8339명 중 96.9%인 5만6551명이 핵발전소 유치에 동의하는 서명을 했다는 것이다. 서명부에 대해선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유권자 96.9% 찬성이라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결과를 검증하기 위하여 서명부를 확인하려고 하자 산업부와 한수원은 서명부는 보관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삼척은 두번이나 핵 관련 시설의 설치를 막아낸 역사가 있다. 1990년대에 핵발전소 건설을 막아냈고, 2005년 방폐장 건설도 막아냈다. 지난 8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삼척시민 78%가 핵발전소 유치에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엉터리 서명부’를 근거로 한 핵발전소 유치신청에 대해 삼척시가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적법할 뿐만 아니라 주민수용성 확인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발전시설 건설 시 주민수용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주민투표를 실시하게 해야 한다.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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