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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9.18 18:48 수정 : 2014.09.18 18:48

하계와 동계올림픽, 월드컵축구대회를 유치할 경우 ‘트리플크라운 달성 국가’라고 하고, 세계육상선수권대회까지 연 나라를 ‘그랜드슬램 달성 국가’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제24회 서울하계올림픽(1988)과 월드컵축구대회(2002),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2011)에 이어 제23회 동계올림픽(2018) 개최지로 평창이 선정되어 독일,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등과 함께 몇 안 되는 그랜드슬램 달성 국가가 되었다. 이런 나라에서 아시안게임이 그것도 3번째 열린다는 것은 수능과 대입시험을 모두 치른 학생에게 모의고사 치르는 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런 문장의 기교도 없는 전화번호부책도 관심이 있으면 재미있다. 축구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당연히 월드컵을 최고로 치지만 프로선수들에는 유럽의 프로축구 클럽대항 경기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가 더 우선이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크리켓 경기는 인종, 종교가 복잡하게 얽힌 11억 인도에서는 스포츠 이상의 용광로이기 때문에 파키스탄과 경기가 펼쳐지는 날은 해묵은 갈등과 반목의 역사로 인해 경기장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땅따먹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인치게임’으로 불리는 슈퍼볼도 미국에서는 ‘아메리카의 열정’으로 초당 광고료가 1억원을 호가할 정도로 인기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역시 비록 아시아 국가들만의 잔치지만 태권도, 유도, 수영, 양궁, 배드민턴, 여자축구, 탁구 등은 아시아 최고가 세계의 최고인 종목들이다. 상업적 미디어의 영향력이 막강한 올림픽보다 어쩌면 순수한 동네잔치에서 우리는 월드베스트를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젠 대회 규모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경기력향상연금도 앞으로는 경기 수준에 따라 지급해야 할 것 같다.

결실의 계절은 왔지만 현실은 답답하고 그래서 지친다. 이런 삶에는 의식(ritual)이 필요하다. 삶의 활력이 되기도 한다. 에스엔에스(SNS)를 달군 ‘아이스버킷 챌린지’에는 ‘버킷’이라는 단어가 있다. 중세 사형제도의 하나로 목에 밧줄을 걸어 놓고 딛고 선 버킷을 걷어찬 데서 유래하여 죽음의 뜻을 담고 있다. 여기서 유래된 ‘버킷리스트’라는 말은 죽기 전에 해야 할 목록들을 뜻한다.

이참에 한번은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인천 경기장에 가보자. 정녕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다면, 가을운동회 기분으로 코스모스 흐드러진 도로 위를 달릴 마라톤 선수들에게 신작로 갓길에서 소리치고 박수치며 힐링이라도 하자.

황용필 성균관대 초빙교수·스포츠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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