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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께 / 문학진 |
오늘 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께서 이끄는 비대위가 내년 초 전당대회까지 몇달 동안 변죽만 울리다 말 것이라는 체념과 비관 위주여서, 그랬다가는 모두가 고사하겠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통적 지지자들마저 “이 당이 정말 우리의 당인가”라는 자탄을 금치 못하고 있는 판에 비대위가 ‘관리형’으로 간다면 무얼 관리하겠다는 것입니까. 20% 남짓 나오는 당 지지율을 ‘관리’해서 어디에 쓸 것이며, 각종 계파를 잘 ‘관리’해서 무엇에 쓴단 말입니까.
코미디 한 토막 말씀드립니다. 기억하실 겁니다. 6·4 지방선거 때죠. 저희 지역 선거운동원들 티셔츠가 택배로 왔습니다. 노란색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김한길 대표 되고 나서 당 색깔이 파란색으로 바뀌지 않았나?” 했습니다. 당에서 노란색 티셔츠를 폐기하고 파란색으로 다시 만들어 보내왔습니다. 파란색으로 당 색깔이 바뀔 때도 우린 전혀 모른 채 바뀌었고, 당에서도 잘 몰랐길래 이런 소극이 벌어졌다고 봐야지요. 당을 이렇게 ‘관리’하시겠습니까.
위원장께서 내년 초 새 지도부 선출까지 하실 일은 ‘관리’가 아니라 ‘혁명’이라고 봅니다. 문희상 비대위는 ‘관리사무소’가 아니라 ‘혁명의 산실’이어야 합니다. 기본적인 것 두가지. 그 하나는 세월호 특별법입니다. 본질은 ‘철저한 진상규명’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앞장서서 새누리당에 가이드라인을 주었는데 야당마저 저들이 내세우는 ‘세월호 피로감’ 프레임에 걸려들면 정말 절단납니다. 교황이 했던 말 “고통 앞에 중립 없다.” 잊으면 안 됩니다.
그 둘. 전당대회 룰을 근사하게 만드는 것이죠. 당권주자 누구로부터도 자유롭게 공명정대한 룰을 만들어 당원 총의에 의해 지도부가 선출되도록 해야 합니다. 과거 심도있게 논의가 된 바 있는 ‘전당원투표제’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필수과목 두개가 있습니다. 비대위 산하에 두개의 위원회를 두어 ① 거대 담론 ② 총선 공천 룰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이를 국민에게 주기적으로 상세히 말씀드리는 겁니다.
①위원회는 개헌, 남북 문제, 경제민주화,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혁 등을 다루어서 정치·경제·사회적 쟁점들을 선도, 주도하는 것입니다. ②위원회 역시 앞장서 문제제기하고 국민적 관심을 불러 모아야 합니다. 총선 공천 룰은, 거의 비아냥 대상이 되어버린 이 당의 계파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마스터키가 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아래로부터의 후보 선출’입니다. 누구 눈치 보며 쫓아다닐 일이 없게 만드는 겁니다.
위원회들이 과거처럼 말만 무성하고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도루묵입니다. 당의 총의를 받아 이 위원회들에 ‘실권’을 부여하고, 결정·발표된 사안들을 못 건드리게 할 장치가 확고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위원장의 실력입니다. 내년 선출된 새 지도부는 ‘혁명적 비대위’가 만든 ‘틀’을 빠짐없이 집행하면 됩니다.
19대 국회,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갑’으로부터 ‘을’을 지키자는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이었다고 봅니다. 쟁점별로 팀을 짜서 의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입니다. 의원들을 ‘하방’해야 합니다. 이제 더 내려갈 데도 없습니다. 두루 살피되 좌고우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문학진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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