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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9.24 18:35 수정 : 2014.09.24 18:35

주로 혼자 타고 다니는 내 차에 가끔 타는 사람들이 묻는다.

“어? 스틱이네. 아직도 이런 차가 나와요?” “취향이 참 독특하시네요.”

그러면 나는 즉답 대신에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내가 예전에 수염을 기른 사람에게 “왜 수염을 기르시나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랬더니 “당신은 왜 수염을 깎는가요?”라는 되물음이 왔다. 그 사람은 수염을 기르는 게 아니라 자라는 것을 그저 내버려 둔 것일 뿐, 오히려 얼굴에 칼을 대며 날마다 깎는 사람들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니냐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 내가 수동이 좋아서 선택한 것을 두고서 마치 돌연변이종이나 퇴행성 아날로그 선호자쯤의 특이한 존재로 보는 시선이 서운하다.

15년 전 우리나라 승용차 중에서 수동변속기의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정도였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는 승용차 중에서 이른바 ‘스틱’이라 불리는 수동변속기 비율은 나날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08년 5%, 2010년 2.2%, 2013년 1.3%로 빠르게 줄고 있다. 더구나 어떤 차종은 수동기어 차를 아예 단종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추세라면 국내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수동변속기를 단 승용차는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유럽의 경우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60~80%가 수동변속기를 쓰고 있는 것과 극명한 대비를 보인다.

물론 수동이 자동보다 불편함이 뒤따른다. 왼발로는 자주 클러치를 밟고 떼야 하고, 오른손으로는 기어 변속기를 휘젓느라 바쁘다. 그럼에도 내가 수동을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실 수동변속기는 자동변속기로 기대하기 힘든 수동 운전 특유의 재미가 있고, 빼어난 경제성이 있다. 먼저 수동기어 차는 상황에 맞는 기어를 스스로 고르고 의지에 따라 통제할 수 있다. 따라서 내가 차를 완전히 지배하는 느낌으로 운전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더구나 엔진브레이크의 효과가 한층 빠르고 강하다. 변속에 늘 신경쓰는 만큼 운전 집중도도 높다. 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급발진 우려로부터도 자유롭다.

그리고 경제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우선 차 가격이 자동기어 차보다 싸다. 새 차나 중고차 다 마찬가지다. 또 수동이 자동보다 연비가 약 15% 정도 높고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으니 친환경적이다. 한편 수동기어 차는 간단한 구조이기 때문에 고장이 덜 나고 내구성이 더 좋아 감가상각비가 절약된다.

이럴진대 왜 수동을 운전하느냐고 물을 것인가?

어쩌다가 우리나라가 자꾸 이상한 바람이 불어서 차를 사면 무조건 자동기어를 선택하는 경향이 굳어져버렸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서 가격과 안전까지 많은 장점이 있는 수동 모델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이 존중돼야 한다.

우리는 사물을 겉으로만 보고 내면에 감춰진 장점을 보는 눈이 퇴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너무 편리함만을 좇는 것은 아닌가? 소수는 무시하고 극소수는 시쳇말로 아예 ‘왕따’를 하는 것은 아닌가?

여러분이 다시 차를 살 때 수동변속기 자동차를 사보시는 것은 어떤가?

지금 운전하는 차의 라디오에서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유행가 가락이 구성지게 울린다. 내 귀에는 ‘수동이 어때서?’로 들린다.

홍성봉 전남 곡성 옥과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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