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9.29 18:34
수정 : 2014.09.29 18:34
지난 9월18일과 19일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법원은 소송을 제기한 모든 사내하청(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그런데 현대차는 4년여를 끌어온 이 소송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항소했다.
현대차 사내하청 불법파견에 대해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처음은 아니다. 10년 전인 2004년 노동부에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현대자동차 3개 공장 121개 사내하청업체와 9234개 전 공정에 대해 불법파견임을 인정했고, 대법원 역시 ‘최병승 사건’에서 2010년 7월22일과 2012년 2월23일 두 차례에 걸쳐 현대차 울산공장 의장(조립)공정의 사내하청 근로관계가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2010년 11월12일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도 서울고등법원은 주요 공정은 물론 보조 공정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자동차 생산공정 전반에 걸쳐 불법파견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현대차는 혼재해 근무하는 공정과 분리돼 일하는 공정, 컨베이어벨트가 가동되는 연속공정과 비연속공정, 그리고 직접생산공정이 아닌 간접생산공정 등에 대해서는 달리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근로자지위확인청구사건에서 법원은 “하청업체들은 아무런 권한이 없고 현대차가 사용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해왔다”며 사내하청 관계가 도급이 아니라 근로자 파견임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결론은 2004년 노동부의 판정과 동일한 것이다. 돌고 돌아 10년 전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단이 옳았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사내하도급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말아야 하는 제도인지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므로 “추가 법적 절차를 통해 이 부분을 따져볼 것”이라며 항소 방침을 내놓았다.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관계’에 대한 판결의 본질은 사내하도급(사내하청)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현대차와의 사내하도급이란 형식은 위장에 불과할 뿐 그 실질은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지휘·감독하는 불법파견이었다는 사실에 있다. 그런데 현대차는 10년 이상 사내하도급의 이름으로 위장해 지속해온 불법파견을 시정하려 하지 않고, 마치 선각자인 양 사내하도급에 대한 공론화를 위해 항소한다는 염치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에도 사내하도급은 사회적 공론화를 할 필요 없이 도급의 법적 요건(일의 완성과 그에 대한 대가의 지급)만 갖추면 얼마든지 사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현대차의 ‘속내’는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에서 금지되고 있는 ‘근로자파견’에 대한 책임을 면탈하기 위해 소송절차를 이용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미 ‘최병승 부당해고 사건’에서 두 번의 대법원 상고와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대한 행정소송 등 무려 9심의 절차를 거치며 끊임없이 판결확정을 지연시키고 있는 전력을 고려할 때, 현대차는 자신의 법률위반 행위에 대한 판결확정을 상소를 통해 지연시키거나 그 법률 위반 행위를 정당화시켜보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이는 자본권력이 국내 최대의 법률전문가 집단을 선임해 소송 절차를 남용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재판청구권은 본질적으로 권리를 침해당한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하고 법적 정의를 실현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지 권리보호를 지연하고 정의의 실현을 방해하기 위한 권리가 아님은 자명하다. 재벌 대기업이 10년 이상 소송 절차를 악용하여 지속하고 있는 법적 무질서 상태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더 늦기 전에 법 위에 군림하고 있는 현대차 총수 정몽구씨를 파견법 위반죄로 사법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현대차의 소권 남용도, 법 위반 행위도 중단시킬 수 있다.
권영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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