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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꿈을 잃어버린 새정치민주연합 / 김효석 |
요즘 주위에서 정치 얘기를 하기 싫어하지만,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얘기를 아예 안 하려고들 한다. 에스엔에스에서 야당에 충정 어린 의견을 쏟아냈던 논객들도 모두 사라졌다. 오랫동안 야당을 도왔던 지식인들도 입을 굳게 닫았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이 무섭게 느껴진다. 그래도 비판이라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실낱같은 기대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 텐데 그런 사람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물론 전통적인 지지세력마저 야당에 기대를 접는 것 같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런 비상 상황에서 비대위를 꾸렸지만 국민들은 비대위 앞날이 뻔하다고들 한다. 비대위가 계파 수장들을 모아 이해나 조정하고 전당대회나 별탈 없이 치르는 데 소임을 다하는 것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공천을 어떻게 하느냐, 모바일 투표를 하느냐 마느냐로 다투고 있으니 볼 장 다 봤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겠는가.
백지에서 새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 2017년 대선이 아니라 10년, 20년 이후를 준비하는 정당을 새로 구상해야 한다. 먼저, 새정치연합이 국민들에게 어떤 꿈을 주고 있는가 돌아보아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독재정권의 암흑 속에서도 국민들에게 민주주의가 강물같이 흐르는 세상에 대한 꿈을 주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외쳤다. 지금 새정치연합에는 꿈에 대한 얘기가 너무 없다. 계파 간의 권력투쟁과 정치적 전술 전략만 난무하는 정당에 국민들이 무슨 희망을 보고 미래를 맡기려고 하겠는가.
둘째, 이런 꿈과 함께 국민들의 삶의 정치를 어떻게 펴나갈 것인지에 대한 정책 기조를 준비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파괴하는 현상들, 공동체 해체까지 위협받고 있는 현상들이 어디에서 파생되어 나오는지 구조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이를 치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 새로운 사회발전 패러다임을 내놓고 이를 정책으로 구현해 나가야 한다.
셋째, 정치개혁에 대해 국민은 절박하게 생각한다. 말만 무성한 정치권에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 후진적 정치 행태는 물론 극단적 갈등과 대립의 정치를 청산하는 제도개혁을 강력하게 실천해나가는 혁신적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넷째, 이런 일을 해나가려면 무엇보다 기득권이라는 기득권은 모두 다 내려놓고 새판을 짜는 일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기득권이라고 하는 것은 다 내려놓고 가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국민들이 진정성을 인정할 것이다. 당의 혁신적 재탄생 없이는 당이 해체될 수도 있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비대위는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 지도부가 들어설 수 있는 전당대회가 되도록 준비해야 한다. 미국이나 영국의 전당대회가 단순히 지도부 선출에 그치지 않고 당의 혁신과 진로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정책 전당대회로 치러지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의 수직적 구조도 수평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이를테면 당대표와 병렬적으로 정책대표(정책위와 정책연구소 총괄)를 두는 방안도 있다. 정책박람회를 여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비대위가 파격적인 내용을 내놓을 때 그나마 국민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다. 국민의 관심이 살아나야 국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고 그래야만 새로운 당의 모습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비대위가 더욱 과감한 그림을 준비해주길 바란다.
김효석 전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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