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0.01 18:48
수정 : 2014.10.0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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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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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효자’로 불리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사실 유럽이나 일본 등 다른 자동차산업 강국에 견줘 생산성이 낮다. 이는 흔히 대표적인 자동차기업인 현대·기아차의 높은 임금과 잦은 노사 분쟁 때문이라고 일컬어진다. 현대·기아차 생산직 노동자의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어, 보수언론은 ‘귀족 노조’라고 비판한다. 이런 임금 구조에선 박근혜 정부와 각 지방정부가 국내 투자를 아무리 강하게 요구한들 기업이 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의 국내 투자를 이끌어낼 방법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 기아차는 ‘모닝’의 경우 경기도 화성에 소재한 ‘동희모터스’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최종 조립한 완성차를 공급받고 있다. 문제는 동희모터스의 왜곡된 임금구조다. 이 기업은 낮은 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노조도 허용하지 않고 거의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충원하고 있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사내하청을 확대재생산한 것이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광주에 ‘기아차 100만대 생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이렇게 왜곡된 임금구조 아래에선 기아차가 박 대통령의 공약에 화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새로 광주에 공장을 짓자면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 기업의 자동차를 만들면서 같은 나라 안에서 한쪽의 정규직 노동자와 다른 쪽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처럼 다른 대우를 받고 있는 현실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사회정의의 문제일 뿐 아니라 현대차그룹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풀어야 할 과제다.
필자는 동희모터스 모델을 원용한 새로운 형태의 기업을 제3지대에 세우자고 제안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 부응하여 협동조합법 개정 등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를테면 광주에 ‘사회적 경제 광주 자동차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면 어떨까. 이 클러스터에 기아차에 완성차를 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공급할 자동차 생산공장이 들어서는 것이다. 기업 형태는 협동조합도 좋고, 사회적 기업도 좋다.
특히 협동조합 자동차 기업은 임금 구조를 평균연봉 4천만~5천만원 수준에서 설계할 수 있다. 주식회사가 1주1표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데 견줘, 협동조합 기업은 1인1표의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어 노동자 스스로 임금을 자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연대임금’이라 부르도록 하자. 연대임금으로 생산된 완성차는 기아차에서 생산되는 완성차에 견줘 생산성이 20% 정도 높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기아차로서도 생산성을 높이고 노무관리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국내 투자를 외면한 채 굳이 해외 투자를 고집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연대임금’ 모델 창안을 위해 노사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과 함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데 노력해주길 바란다.
정범도 광주·전남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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