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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06 18:45 수정 : 2014.10.06 18:45

엊그제 북한의 실세 3인의 방남으로 남북대화의 재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통일부에서 근무할 때 남북회담 등을 통해 수많은 북측 인사들과 만나 그들의 속내를 조금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아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이다.

연초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독일 방문 시의 드레스덴 선언, 지난달 유엔에서의 연설 등에 대한 북측의 반응은 실망, 좌절, 분노로 요약된다. 그런데 북측의 표현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를테면 인천아시안게임의 북한응원단 참가와 관련해 북한올림픽조직위원회의 손광호 부위원장이 “우리는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말은 다시 한번 응원단 참가를 고려해 달라는 메시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또 “대북전단지 살포를 중지해야 고위급회담에 나갈 수 있다”고 한 것은 삐라 살포 중지 쪽에 방점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는 회담에 나갈 준비가 돼 있다는 데 본심이 숨어 있다.

우리가 내세우는 ‘핵무기를 포기한다면’이란 조건에 대해, 북측은 우리 정부가 대화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해석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북한한테 핵은 체제 보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핵을 포기시키려면 한마디로 ‘핵이 없어도 체제가 안전하다’는 믿음을 갖게 해야 한다. 요컨대 북한은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본다. 이번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의 방문에서도 이런 메시지를 읽어내야 한다.

곧 열릴 제2차 남북고위급회담이 성공해야 할 이유의 몇 가지만 짚어본다. 첫째, 지난 세월 힘든 노력을 통해 얻은 성과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6·15 공동선언 직후에도 북한의 대남사업 담당자들은 남쪽에 대한 적대감, 자신들의 혁명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만남의 장에 나왔다. 그러나 7~8년 수없이 많은 만남 속에서, 특히 그들이 남쪽에 내려와 우리 사회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의식의 변화가 서서히 일어났다. 한마디로 ‘저들과(남한) 함께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던 2008년 2월25일 저녁 북한 남포에서 북측 인사와 저녁을 함께했다. 인간적으로 가까워진 때문인지 이 인사는 ‘비핵·개방·3000’에 대한 나의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어 했다. 정권 교체로 인한 남북관계의 변화에 불안해하는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둘째, 북한 경제의 대중국 예속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기준 북한의 대중국 교역액은 65억달러, 대남 교역액은 11억달러, 즉 6배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6~7년 전과 견줘 완전히 역전된 수치다. 이대로 가면 북한 경제는 중국의 변방 1개 성(省)과 같은 위치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필자는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통일로 가는 길이라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필자의 경험에서 보면 북한 정권의 붕괴와 우리 민족의 통일은 별 함수관계가 없다. 남북간의 교류협력을 통해 공고한 남북관계가 형성되고, 그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 마음속에 남쪽과 함께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겨야 한다.

셋째로 우리 경제를 위해서다. 요즈음 우리 경제의 장기불황, 청년실업 문제 등은 남북 경제교류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정치적 뒷받침만 된다면 북한이 블루오션, 즉 확실한 투자처가 될 것이라는 데 경제전문가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2차 고위급회담에서 유념해야 할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회담에 임하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제 싸우고도 오늘 학교에서 만나면 서먹서먹함은 잠깐,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그저 함께 놀면서 관계를 회복한다. 마찬가지다. 절대 지난 일을 가지고 따지지 말라. 이번 회담의 합의문 제1조는 이렇게 시작함이 어떨까? ‘남과 북은 지난 시절 힘들고 불편했던 모든 일들을 덮고….’

한가지 더 첨언한다면 회담 장소는 서울로 정하라는 것이다. 장소는 중요하다. 판문점은 대결의 이미지가 강하다. 귀한 손님은 내 집으로 모심이 우리 민족 고유의 미덕이다. 귀한 손님으로 모시겠다는 우리의 마음을 보이라는 것이다. 좋은 결실이 있길 간절히 소망한다.

이성원 한라대 북한경제연구원 부원장·<그래도 우린 다시 만나야 한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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