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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08 18:37 수정 : 2014.10.08 18:37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맑은 날씨가 계속되어 어디로든 산책을 떠나고 싶으나, 문밖을 나서기가 쉽지 않다. 필자는 여든살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는 가정주부다. 요즈음 가장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어르신을 수발해야 하는 부담감보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내내 집에만 계셔야 하는 어머님의 건강 걱정이다.

시어머님이 돌봄의 손길을 필요로 하게 된 지는 3년이 다 됐다. 다행히 노인장기요양보험 2등급 판정을 받아 국가 지원을 받게 되었다. 이전에 비하면 큰 도움이지만 아쉬운 점도 크다. 어르신을 가정에서 모실 때 가족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배변, 배뇨 문제인데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 판정을 받는 경우, 가정에서 어르신을 모시는 경우를 위해 ‘복지용구’라는 것이 지급된다. 그중에서 배변, 배뇨와 관련된 물품은 간이 변기, 이동식 변기 등이 있다. 그러나 사실상 이용에 불편함이 크다. 어머니와 같이 장기요양 1·2등급 판정을 받는 어르신 대부분은 혼자서는 거동이 힘들다. 간이 변기를 이용할 때도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 참다가 실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요실금 등으로 요로감염이나 욕창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려면 24시간 대기 상태로 돌볼 수밖에 없다.

또 지원이 되는 간이 변기나 이동식 변기는 외출 때 무용지물이 되는 것도 문제다. 어르신 건강을 유지하려면 적절한 운동과 산책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화장실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집 현관문이 벽이나 마찬가지다. 어르신을 위한 요실금 팬티를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되지만, 현재 복지용구로 지원되는 물품이 아니어서 전액 자비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것이라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을 지원받고자 하는 마음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실금 팬티를 복지용구로 추가해 달라는 건의도 해보았으나 감감무소식이다. 주변에 비슷한 처지의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을 지원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어르신을 집에서 돌보고자 하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에서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맙다. 그런데 꼭 필요한데도 해결되지 않는 점들이 있다. 요실금이나 배변 문제는 실제로 어르신을 모셔보지 않으면 모를 수 있는 어려움이다.

100살 시대가 가까워온다고 한다. 어르신을 시설로 보내는 가정도 많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젊은이들의 노인 부양 부담도 점점 커질 거라고들 한다. 그러나 여전히, 사랑하는 부모님이 추억이 깃든 집에서 여생을 보내실 수 있도록 가정에서 모시고자 최선을 다하는 이도 많다. 이들이 부모님을 돌볼 의지를 꺾는 것은 거창한 문제들이 아니다. 배변, 배뇨와 같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어려움들이다.

이러한 세세한 부분을 국가에서 관심을 가져준다면 더 많은 가정이 집에서 어르신을 돌볼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높이 나는 새는 멀리 보지만 낮게 나는 새는 가까이 본다고 한다. 100살 시대에,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같은 중요한 제도를 운영하는 실무자들이 부디 가까이 보아야만 알 수 있는 노인돌봄 가정의 진짜 어려움에도 귀를 기울여주기를 기대해본다.

김용선 대전시 동구 삼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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