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10.08 18:38 수정 : 2014.10.08 18:38

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얼마 전 4년제 대학의 원서 접수가 모두 끝났다. 이제부터 농어촌에 소재한 많은 고등학교들은 오매불망 서울대 합격자 소식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서울대 합격자 수로 고교 수준을 판단한다. 따라서 농어촌 일반고에는 서울대 합격자 배출이 생존의 문제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서울대 기회균형선발전형 모집인원이 작년 190명에서 올해 160명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서울대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들이 올해 농어촌 특별전형 선발인원을 축소했다. 여기에 제도나 대학의 선발 방식에도 불합리한 점이 있어 대입에서 농어촌 학생들은 설 자리를 더욱 잃어가고 있다.

농어촌 지역 학생들은 ‘농어촌 특별전형’이라는 제도를 통해 기회의 평등을 보장받고 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29조에 의하면 농어촌 특별전형을 통해 각 대학은 정원의 4% 이내 인원을 선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농어촌 학생 4%와 특성화고교 출신 학생 1.5%,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 및 차상위 계층을 포함하여 총선발인원이 5.5% 이내여야 한다는 별도의 규정이다. 4%+1.5%+저소득층 출신=5.5%라는 이상한 식이다. 모든 4년제 대학 정원의 4%라면 1만5164명이어야 하지만 실제 선발인원은 1만664명, 2.8%다. 상대적으로 선발 비중이 높은 농어촌 학생 인원을 저소득층과 나누는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제도만이 문제는 아니다. 현재 특목고 출신 학생은 농어촌 특별전형에 대부분 지원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자율형사립고다. 3개의 자립형사립고가 읍·면 지역에 위치해 지원 자격만 충족되면 대부분 대학에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의 일반고와 자사고 사이의 학력 격차는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 두 학교 출신의 학생들이 같이 경쟁해야만 한다면 과연 진정한 기회균등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농어촌 특별전형 방식의 다양함이 문제다.

예를 들어 농어촌 일반고에 재학중인 전교 1등 ㄱ학생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검토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 3개 대학의 전형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서울대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올해 폐지되었다. 그런데 연세대와 고려대는 있다. 연세대는 별도의 면접이 없다. 하지만 고려대는 면접도 있고, 수시와 정시에서 분할 모집하기 때문에 그 문이 더욱 좁다. 결국 ㄱ학생은 내신이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 비교과도 준비해야 하고, 면접도 준비해야 한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나 고려대가 정시모집에서 농어촌 특별전형을 실시하기 때문에 수능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결국 다 잘해야 한다는 얘기 아닌가? 이렇게 다 잘할 수 있다면 애초부터 사회에서 배려해줄 필요가 없는 학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균충(蟲)’ ‘기균충’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비록 출발선에서는 뒤처졌을지는 몰라도 결과는 달랐다. 2013년 2월 서울대 졸업생 중 지역·기회균형선발전형으로 입학한 503명의 졸업 평점은 91점(100점 만점)으로 졸업생 전체 평균 89.8점보다 높았고, 재학 중 성적 우수 장학금 수혜 비율도 80% 이상으로 높았다고 한다.

창의성은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다. 출신 지역이 다르다는 것은 창의성을 함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교육이라는 사다리를 통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있는 학생들이 계층 이동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교육당국과 대학의 진정한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한명균 충남 예산군 예산읍 벚꽃로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