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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13 18:48 수정 : 2014.10.13 18:48

우리 사회에서 가장 똑똑한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가 법조인이다. 그럼에도 국제경쟁력이 가장 떨어지는 분야가 법률서비스 쪽인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우리 법률시장의 무역적자는 약 7200억원이었고, 앞으로 적자 폭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국내총생산(GDP)의 90%를 웃도는 것과 대조적이다.

해마다 2000명의 로스쿨 졸업자가 양산되는 시대에 우리 법조계의 성장을 위해서는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필수적이다. 우리 산업의 고도화로 국제법무 분야에서 창출되는 많은 일자리를 대부분 해외 로펌들이 가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싱가포르국립대 로스쿨에는 국제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춘 각종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국제법무 분야의 커리큘럼이 수십개 개설되어 있을 뿐 아니라, 강의시간 조정도 가능하다. 심지어 필자가 강의하는 국제통상법은 8학점 강의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한 학기의 절반을 국제통상법만 학습하는 셈이니, 이론뿐 아니라 각종 실무 노하우까지 집중적으로 익힌다. 또 싱가포르 로스쿨은 거의 매일 전문가들을 초빙해 샌드위치를 먹으며 소규모 세미나를 개최한다. 전세계 법률실무 동향을 캠퍼스 안에서 매일 접하고 있는 셈이다. 나아가 최대 법률시장인 중국 진출 독려를 위해, 한 학기 수업을 중국의 한 법과대학과 공동으로 중국에서 진행한다. 교수와 학생의 대이동도 마다않는다.

반면 2008년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조인 양성’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우리 로스쿨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학생들이 로스쿨 입학하면서부터 기본 3법(공법, 민사법, 형사법)을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은 사법시험 시절을 연상케 한다. 더구나 변호사 시험의 당락을 사실상 좌우하는 것이 방대한 분량의 민사법 분야임이 공공연히 알려지면서, 미래의 법률 수요의 산실인 전문법률 분야 선택과목 공부는 뒷전이고, 민법 공부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우리 로스쿨 제도를 싱가포르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획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특정 전문분야를 깊게 공부한 학생이면, 부담 없이 변호사 시험을 통과할 수 있도록 시험과목과 난이도를 대폭 조정해야 한다. 국제통상 분야에 종사할 전문 인력이 형사법 공부에 매달릴 필요가 있나? 국제형사재판소로 진출할 인재가 민사법 공부에 매달려야 하나? 우리 로스쿨에선 모든 과목을 형평성 있게 3학점 이하로 강의하느라 개괄적 이론 설명으로 그치고 있는데, 싱가포르는 8학점 강의 등을 통해 실무적 문제해결 능력까지 함양하고 있다. 과연 어느 쪽이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률가를 양성하고 있는가. 더구나 교수가 외부 인사를 초빙해 소규모 세미나를 개최하려 해도 변호사 시험과의 연계관계를 따지는 학교 쪽의 눈치를 봐야 하고, 중국이 우리 최대 교역 상대국인데도 중국통상법 전문가들이 인의 장벽에 막혀 한국의 상아탑에 자리잡는 것이 어려운 현실에서 말이다.

학교체제 개혁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싱가포르에서는 일본의 법조 국제화 노력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 등록된 외국 법률사무소는 이미 100개를 넘어섰는데, 상당수가 일본계 로펌이다. 일본의 대형 로펌들은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해 주로 현지 및 동남아 지역에 진출한 일본계 회사들을 전문적으로 자문하고 있다. 일본은 자국 내 법률서비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변호사들의 해외진출로 그 활로를 찾고 있다.

우리 로펌들도 이러한 일본의 사례를 따라 해외진출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점점 치열해지는 우물 안 경쟁이 아니라, 대외법률 사안에 대해 전문적 자문을 실시하는 일에 사활을 걸 때다.

최원목 이대 교수·싱가포르국립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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