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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16 18:57 수정 : 2014.10.16 18:57

‘아곤’이란 경쟁을 뜻하는 말로 스포츠의 특징을 가장 함축하는 단어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경기도 용인의 한 학교운동회 달리기 시합은 1등 지상주의 풍토를 참 부끄럽게 만들었다. 매번 꼴찌만 해서 운동회 때는 학교 가기가 싫은 친구를 위해 결승선을 향해 달리던 친구들이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모두가 손을 잡고 한걸음씩 내디뎌 결국엔 “5명 모두가 1등”을 차지한 훈훈한 소식 말이다.

아프리카 부족을 연구하던 한 인류학자가 현지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과일바구니를 멀리 두고 가장 먼저 뛰어간 아이에게 과일을 모두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손을 잡고 똑같이 도착하여 다 같이 둘러앉아 과일을 서로 나눠 먹는 것이었다. 이를 이상히 여긴 학자는 체격이 큰 애한테 “너라면 충분히 과일을 혼자 차지 할 수 있었는데 왜 같이 달렸니?”라고 묻자 아이들은 일제히 “우분투”(Ubuntu)라 답했다.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잭 웰치의 충고처럼 “남보다 뒤처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능력을 기르거나 자신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모든 것을 잘하는 멀티플레이어도 있지만 동작이나 생각이 굼뜬 ‘고문관’도 있다.

사회적 자본의 최상의 단어는 호혜성, 즉 개인적 이익이 곧 공적인 이익이다. 그래서 진정한 조직은 구성원 개개인 능력의 합이 아니라 구성원들 간의 팀워크이기 때문에 팀보다 더 큰 선수는 없고, 나무통이 아무리 높아도 물을 담을 수 있는 높이는 가장 짧은 나무토막까지다.

라틴어 ‘데포르타레’(deportare)에 뿌리를 둔 스포츠란 ‘본래 자기 일에서 마음을 다른 곳으로 날라 기분을 전환하는 것’이다. 일이나 공부에서 쌓인 피로를 풀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새 힘을 북돋우는 레크리에이션이다. 최근 끝난 아시안게임에서도 유독 우리의 눈길을 끌었던 모습은 꼴찌를 하고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던 선수들이다. 그들에게 스포츠는 ‘경쟁’보다 ‘경험’이었고 ‘승부’보다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혼자서 한 번에 열 걸음을 내닫는 사람은 슈퍼맨은 될지언정 거인은 아니다. 진짜 리더는 열 사람이 한 걸음을 다 같이 내딛도록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다.

가을운동회에 가보자. 거기서 우린 ‘어른들 아버지’를 볼 수 있을지도….

황용필 국민체육진흥공단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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