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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누구를 위한 의료법일까 / 김륜경 |
의료민영화란 누구를 위한 정책일까? 의료민영화와 의료영리화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내가 볼 땐 본격적인가 아닌가의 차이다. 의료영리화의 핵심은 병원의 영리 자회사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병원 쪽에서 각종 부대사업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신약 개발, 의료기구 개발, 의료용품 개발 등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사업이 포함된다. 영리 자회사란 말 그대로 영리만을 추구할 것이다. 따라서 병원에서는 각 자회사의 약, 기구, 용품만을 권유하게 될 것이고, 과한 치료와 검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새로 개발되는 약들은 건강보험에 포함되지도 않을 것이다.
선진국을 본받아 의료영리화를 추진한다는데, 과연 미국의 의료민영화 정책이 본받을 만한 것인지 살펴야 한다. 현재 미국은 의료민영화로 국영의료보험이 없고, 수많은 민간의료보험회사가 있다. 물론 민영의료보험회사에 가입해서 보장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왜 4800만이 넘는 미국인들이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비싼 보험료를 감당할 수 없는 서민들은 의료보험에 들지 못했다. 또 민영화로 비싸진 약값과 치료비, 심지어는 구급차 사용비까지 청구되는 병원비는 당연히 감당할 수 없다. 이런 탓에 미국에서는 대형마트 등에서 다양한 의료용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터무니없이 많은 가입조건 때문이다. 만성질환이 있거나, 있었거나, 너무 뚱뚱해서, 또는 너무 말라서 등등 가입조건만 수백장에 달하는 까다로운 절차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의료보험에 가입한 나머지 사람들은 과연 제대로 된 혜택을 보고 있을까?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에서는 미국 의료민영화의 현실을 국영의료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의 현실과 함께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본 미국인들의 현실은 너무나도 슬프고 비현실적이었다. 그중 선천적으로 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의 귀 수술에 관한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아이의 부모는 양쪽 귀에 대한 치료비를 요구했는데, 보험사에서는 한쪽 귀에 대한 치료비만을 지급해주고는 ‘한쪽이 들리니 괜찮다’며 다른 쪽 귀의 수술비 지급을 거부한 것이다. 치료비를 받았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보험사는 치료비를 지급하여 치료가 끝난 뒤 환자의 과거 병력을 조사해 만성질환에 걸렸던 사실을 찾아내 계약을 해지하고 지급했던 치료비에 대해 환불을 요구하거나, 의사의 진찰을 무시하고 치료비 지급을 거절하며 기다리라는 말로 환자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영화에는 미국이 신랄하게 깎아내렸던 캐나다의 국영의료보험의 혜택과 그외 의료복지가 잘되어 있는 프랑스, 영국, 쿠바의 복지 상황을 보여주었다. 특히 프랑스는 다른 세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격이 다른 복지 혜택을 갖추고 있어 영화를 보는 내내 놀라웠다. 진정한 선진국이란 개인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더욱이 부와 명예만을 좇는 나라가 아니라 우리가 얻는 만큼 사회에 베풀 수 있는 미덕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국민의식과 그만큼의 뒷받침이 되어주는 나라가 아닐까.
김륜경 경기도 김포시 청송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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