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0.29 18:44
수정 : 2014.10.3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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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 등이 7월 19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자율형 사립고인 배재고를 찾아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시의원들은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진행중인 가운데 자사고 정책에 관한 의견 수렴과 정책 검토 등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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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안녕하세요. 이 글을 쓰기에 앞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에 개인적 악의를 품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님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2013년 약 1년 동안 자사고에서 생활하다가 혁신학교로 전학 오게 된 고2 남학생입니다. 학교를 옮기면서 주위에서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부적응자’, ‘흔히들 말하는 내신 성적 문제로 전학을 왔겠지, 뻔해’라는 말들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습니다. 처음에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놓여서 자사고에서 혁신학교로 전학 오게 되면서 혹여나 거기서도 적응을 하지 못하면 어쩌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을까, 전학생이라고 친구들 혹은 선생님들이 무시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하지만 전학 온 지 반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기고 보니 그 걱정은 도리어 만족으로 바뀌었죠. 성적으로 학생을 서열화하거나, 성적만으로 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회는 많았고 또 저에게 주어졌습니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도와줬습니다. 서로의 화합과 배려를 배워야 하는 학교에서 남을 밟고 일어나 오직 개인 자신만을 위해 공부하는 것, 그것은 결코 옳은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평소 밝고 나서기를 좋아해서 학교활동을 열심히 하는 학생 중 한 명이었습니다. 중학생 때는 학급 임원, 학생회 등 많은 학교활동을 준비하고 기획하면서 공부와 더불어 학창 시절 가장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자사고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상위권 학생들을 이끌어주기 위한 몰아가기, 특정 인물이 학급 임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서슴없이 말씀하시는 담임 선생님을 보고 많은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성적으로 상위권이 아니면 기회조차 주지 않은 학교 시스템, 굉장히 버티기 힘들었습니다. 학교 분위기 자체가 성적이 아래인 친구들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과연 선생님들의 무관심 속에서 힘든 입시라는 큰 벽을 넘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자사고를 포기해야 했던 이유 중에는 저 자신만의 고민 또한 많았습니다. 몇 배는 많은 등록금에 부모님에게 큰 부담을 안겨드렸고, 예전만 못한 집안 환경에 많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혼자 힘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보답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혼자 힘으론 역부족이었습니다. 친구들은 다 다니는 학원, 과외. 그 둘을 병행하지 않으면 도저히 따라가기 힘들 정도의 선행학습과 학습 분위기에 너무 지치고 힘들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꿈은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초등 교사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내신 시험성적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아실 겁니다. 하지만 시험을 볼 때마다 꿈과는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전학을 가기 바로 며칠 전 교감 선생님과의 면담이 있었습니다. 교감 선생님은 저를 거의 인생의 패배자로 비유를 하며 전학을 말리셨습니다. 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그 누구도 귀기울여주는 일이 없다가 마지막이 돼서야 비로소 비난이라는 관심을 얻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그곳을 떠나 혁신학교로 전학 오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꿈도 찾아 열심히 하게 되고 좋은 환경 좋은 분위기 속에서 공부하며 매일매일을 학교 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익명의 학생 고교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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