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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29 18:45 수정 : 2014.10.29 18:45

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지난 19일 동녘교회 28주년 기념예배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법사라는 직책으로 활동하던 불교인이지만, 김경환 목사님은 저와 협동조합을 함께하고 계시고, 세월호 관련 서명운동을 함께 꾸준히 해왔던 분이십니다. 이곳은 여느 교회와 여러가지가 달랐고 깊은 울림과 감동이 있었습니다.

제가 1990년 초부터 환경운동뿐 아니라 남북문제 관련 평화운동을 해오면서 종교단체들 간의 연대기구를 만들고 활동을 함께 해왔습니다. 천주교와 원불교, 천도교뿐 아니라 아주 보수적인 복음주의 교회에서부터 대단히 진보 성향을 띤 개신교 교회까지 분위기를 많은 곳에서 경험해 왔습니다. 그런데 동녘교회는 전혀 다른 교회더군요.

그곳은 신도를 늘리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아예 작은교회 공동체를 목표로 삼고 있는 듯합니다. 새로운 것은 찬송가를 부를 때 피아노와 기타뿐 아니라 장고 반주도 들어갑니다. 전통문화를 예배 속에 함께 어우러지게 한 것이 큰 특징입니다. 또한 예배에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고, 설교도 어른들과 어린이들에게 동시에 하는 것도 특이한 점입니다. 목사님이 강대상에서 내려와 뒤로 가서 어린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설교를 한 뒤에 돌아와 어른들을 향한 설교를 따로 하는데, 함께 듣는 어른들은 그 어린이 설교에 더욱 감동을 받는다고 합니다.

또한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기독교 일반의 불편한 신앙을 우격다짐으로 신봉하지 않게 한다는 점도 새로웠습니다. 아무튼 어린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젊은 부부들이 많다는 뜻이고, 그만큼 젊은 교회라는 뜻이겠지요. 이날 설교도 짧지만 강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오늘 설교가 ‘돌멩이국’이었습니다. 전쟁과 가난으로 강퍅하게 살아온 마을사람들이 저마다 하나씩 음식을 가져와 함께 국을 만들어 나눠 먹는 이야깁니다. 가난한 사람들이지만 힘을 모아 협력하면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는 감동적인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 감동의 설교가 곧 이어진 성찬식에서 현실화됩니다.

성찬식에 떡과 포도주를 쓰는 여느 교회와 달리 20여 가정에서 나물과 반찬을 준비해 와 섞어 비빔밥을 만들었습니다. 방금 전에 설교한 돌멩이국이 아니라 ‘돌멩이 비빔밥’입니다. 두 양푼에 비빈 밥을 들고 목사님이 축도를 합니다. 그리고 포도주와 포도 주스로 함께 식사하는 것으로 성찬식을 했습니다.

밥은 하늘입니다. 사람이 자연과 관계 맺는 것이 바로 음식을 통해서입니다. 대자연을 먹는 것이지요. 밥은 곡식, 농부, 바람, 새, 벌레, 구름과 태양 모든 생명의 수많은 노고들이 만들어낸 성스러운 우주적 산물입니다. 그 생명의 거룩한 합작품이 하느님인 것이지요. 그것을 먹고 마시는 일은 거룩한(聖) 음식(餐)을 먹는 의식(式)일 수밖에요. 성찬에 보통 떡과 포도주만 쓰지만, 예수님 당시 떡과 포도주는 그냥 일상적인 음식이었을 것입니다.

세월호 서명운동에 150일 가까이 모든 신도님들이 매주 1~2회 참여하셨고, 일찍이 쌍용차 문제, 강정마을, 밀양 송전탑 등 다양한 사회적 과제에 이 교회의 신도님들이 함께해 오셨습니다. 이 교회의 새로운 예배는 초대교회의 공동체를 찾아가려는 또 하나의 창조적 예술이라고 할 만합니다. 보통 지도자가 강력하면 신도들은 추종자가 됩니다. 그런데 이곳은 신도들의 신념과 주체성이 강하고 목사님은 이들을 격려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이들을 모으고 북돋는 촉매자이신 듯합니다. 28년을 돌아보고 다시 내다보는 계기가 된 것을 축하드리고 예수공동체의 아름다운 전범을 만들어 새로운 빛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유정길 정토회 에코붓다 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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