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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국민연금기금, 탐욕의 대상 아니다 / 정창률 |
언론, 특히 경제신문들은 “국민연금기금 운용수익이 저조하며 기금운용에 있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기사를 자주 만들어내고 있다. 국민이 정부를 믿고 성실하게 납부한 국민연금 보험료를 비효율적으로 운용해 국민에게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 사실인가?
기본적으로 국민연금기금 운용에서 수익성을 추구하면 불경기 때 큰 손해를 보고, 안정성을 추구하면 호경기 때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얻게 된다.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 수익성을 추구하면 호경기 때 큰 이득을 볼 수 있고 안정성을 추구하면 불경기 때 수익률 저하를 막을 수 있다. 간단한 이야기다. 국민연금기금은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지 않다 보니 위험자산에 많이 투자하는 다른 나라 연기금보다 수익률이 다소 낮은 것이다. 다시 말해 최근 상황은 국민연금기금을 엉망으로 운용해 수익률이 낮은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기금이 고위험 투자를 자제한 결과인 것이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 때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이 세계에서 가장 양호한 편에 속했던 것도 국민연금기금의 투자 방향이 안정성을 추구했기 때문이지 ‘묘기’를 부려서가 아니다.
오히려 국민연금기금은 현재 위험자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해외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하지만, 한편으로 해외투자를 유치하자고 그렇게 열을 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 쌈짓돈인 국민연금기금을 해외에 대거 투자하는 게 상식에 맞는가? 외국의 경험을 들어 위험자산 투자를 늘리면 국민연금기금 성과가 대단히 올라갈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대부분의 외국 연기금은 사적 연금기금이며 캐나다 공적연금(CPP)의 경우에도 기본적인 노후소득 보장 수단(OAS)이 존재하기 때문에 위험자산 투자가 어느 정도 용인되는 것일 뿐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처럼 노후소득의 가장 밑바탕에 해당되는 제도의 기금을 가지고 위험자산 투자에 열을 올리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묘안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이를 민간 금융전문가들이 주도할 때 가능하다는 식의 논리 전개는 그야말로 금융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에 기반한 것이다. 일부 언론들은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적고 있는 것이다.
금융 이해당사자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산재보험을 민영화하고,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을 사적 의료보험으로 상쇄하려 하고, 막대한 국민연금기금을 자기들 주도로 주무르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들의 영역이 확대되고 수익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금융 이해당사자들이 자기 잇속 챙기는 것 이외에 관심이 있던 적이 있었나? 국민연금기금 운용을 결정하는 현재 정부의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는 말에는 상식적으로 동의할 수 있지만, 금융 이해당사자들을 정부보다 더 신뢰한다는 것이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할 말인가? 언론도 책임이 크다. 금융 이해당사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적는 행태는 언론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양심도 저버린 것이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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