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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1.12 18:30 수정 : 2014.11.12 18:30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기초선거 공천 폐지,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노인기초연금 20만원 지급 등 대통령이 되기 위해 후보 시절 공약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들이 차례차례 파기되고 있다.

약속을 한다는 행위에는 묵시적으로 그 약속을 지키겠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친구 간의 약속,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약속, 개인 간의 약속, 기업 간의 약속, 국가 간의 약속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믿음과 신뢰가 거기에서 싹트는 까닭이다. 그래서 약속을 어기면 대부분의 경우 믿음과 신뢰가 깨지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하물며 국민들의 운명을 짊어지고자 자발적으로 나선 국가지도자의 약속이 갖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약속에 국가의 장래와 국민의 행복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약속을 말할 수 있으며 정직한 사람이 정직을 말할 수 있다. 거울처럼 공명정대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특권의식과 정실을 문제 삼을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자꾸 시끄럽고 거꾸로 가는 듯한 생각이 드는 까닭은 무엇인가? 거짓말쟁이가 다른 사람더러 진실하라 주장하고 도둑질을 일삼는 자가 정직을 입에 올리기 때문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자가 약속을 얘기하고 무위도식하는 자가 근면을 외치고 표리부동한 자들이 양심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개혁의 대상자가 개혁을 입에 올리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8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2012년 12월20일 새벽 서울 광화문 거리로 나가 국민에게 내뱉은 일성이 “국민 여러분 저 박근혜는 약속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국민과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였다는 것을.

박 대통령이 자기는 실천할 수 없는 것은 절대 약속하지 않는다고 했다. 모든 약속이 재정적으로 실행 가능한지 한개 한개 모두 따져보고 또 따져봤다고 전국민에게 공언했다. 1998년 정치에 입문한 박 대통령은 정치역정 내내 약속과 신의를 중시하는 행보를 보였고 여기서 얻은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국가지도자의 반열에 올라섰지만 웬일인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뒤에는 약속을 어기는 일이 다반사가 되고 있다. 여권이 내세우는 논리대로 ‘잘못된 약속을 지키느니 차라리 약속을 파기하는 게 낫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없지 않으나 지도자가 되겠다고 선거에 나서 국민 앞에 어떤 약속을 했다면 피치 못해 그 약속을 어기게 됐더라도 진정성 있는 해명과 사과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올 초부터 공약 파기를 공식화하고 나선 새누리당과 여권이 보여주는 태도를 보면 국민은 안중에 없을 뿐 아니라 본말이 전도됐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약속에 책임지는 행위와 그 약속이 애당초 잘못된 것이기에 지킬 수 없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약속에 대한 책임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그 약속에 문제가 있어 지키기 어렵다’고 강변한다면 어떤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그 약속의 주체가 공당의 대통령 후보이고 대통령이라면 더욱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껏 약속 파기에 대해 별말이 없다. 국민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까?

문상배 서울시 강남구 세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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