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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입법 과정, 국민 검증절차 제대로 해야 / 김광영 |
지난 4월 단통법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131개 안건과 함께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없이 처리됐다. 이후 본회의에서도 반대표 없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이 법이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통과될 때부터 시장의 혼란은 예견된 일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최근 담뱃세 인상 과정에서도 같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행정절차법 43조에 따르면 국민의 권리·의무·일상생활과 관련 있는 법령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입법예고 기간을 40일 이상으로 하게 돼 있다.
그러나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담배 한갑에 무려 2천원의 세금을 인상하는 법률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국민들의 의견 개진 기간을 단 4일로 한정했다. 이마저도 주말을 제외하면 이틀뿐으로 사실상 국민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통로를 가로막은 것이다.
이뿐 아니다. 담뱃갑에 흉측한 경고그림을 도입하는 개정안을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에 끼워넣는 꼼수마저 시도하고 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은 기한 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본회의에 자동으로 올라가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럴 경우 예산과 전혀 관련 없는 경고그림 도입 법안이 충분한 논의 없이 자동으로 부의될 가능성이 있다.
국회에서 쟁점이 되는 안건에 대해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예산안을 법정기한 내에 처리하기 위해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이 취지와는 달리 공론화하기 곤란한 사안들을 예산 부수 법안에 끼워넣는 우회입법의 통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사례다.
또한 정부가 담뱃세를 인상하고, 담뱃갑에 혐오스런 그림 부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흡연자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특히 경고그림 도입과 같은 정책은 흡연자뿐 아니라 어린아이부터 임산부까지 전 국민이 어디서나 흉측한 그림과 마주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로 인한 정서적 피해 역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이와 함께 20여만명에 이르는 담배판매인과 잎담배 경작 농민 등 관련 종사자들의 경제적 피해는 어찌할 건가?
경고그림 도입은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하다.
김광영 창원시 경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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