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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1.20 18:41 수정 : 2014.11.20 18:41

대한민국의 이념적 바탕은 민주주의이다.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민주주의 실현에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대화’이다.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은 건전한 토론만이 민주주의를 가치 있게 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정보기술 강국인 대한민국의 포털사이트들을 이용하다 보면 뭔가 한참 잘못되었음을 느낀다. 네이버와 다음은 그중 점유율이 단연 높은 대표적 포털사이트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개진되고 있는 베스트 댓글(속칭 베댓)들의 내용을 보면 가관이다. 주장과 근거가 논리적으로 부합하기는커녕, 감정에 호소한다든지 자신이 가진 고정관념으로 남을 인신공격하기 일쑤다. 어떤 베댓들은 내용이라 할 것도 없이 욕설만 난무한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의견을 달면 돌아오는 것은 무시, 비난, 욕설이 대부분이며, 가끔씩 토론에 응해오는 사람들도 ‘무조건 내가 옳아’라는 투의 빈약한 주장들만 쌓아올리다 이내 사라진다.

베스트 댓글을 만드는 ‘공감’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글을 읽고 단지 자신의 마음에 들면 그 글에 공감 버튼을 누른다. 같은 방식으로, 글을 읽고 단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비공감 버튼을 누른다. 베스트 댓글을 만들어내는 수많은 사람들 중 내가 왜 이 글에 마음 들어 하고 그러한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지, 반대로 내가 왜 이 글에 반대하고 그러한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지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베스트 댓글 작성자도, 그것에 공감 혹은 비공감을 남기는 사람들도, 결국 ‘나는 그냥 그래’라는 형식의 의견만을 교류할 뿐이다.

이런 식의 의사소통 방식은 민주주의에 심각한 해악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다수의 의견에 마음을 붙이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근거가 빈약한 주장들로 이뤄진 베스트 댓글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선동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스턴트식 의사소통에 물든 20대, 30대 젊은 계층들이 사회의 중장년층을 형성하게 되었을 때 토론이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자신들이 지금껏 살아왔던 대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주장은 있으나 그 근거를 댈 줄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민주주의는 거짓 마케팅에 의한 선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인터넷 실명제는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누구도 현실 공간에서는 자신이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는다. 인터넷상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한에서 발언의 자유를 가져야 한다. 인터넷 실명제가 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가? 우리는 실제로 현실 공간에서는 우리의 얼굴까지 떳떳하게 공개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실천하고 있지 않은가?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인스턴트식 대화와 군중심리로 형성된 의견을 좇는 국민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건전한 토론을 통해 여론을 형성해가는 국민이 되고 싶은가.

윤현수 경기 안산시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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