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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카트 스크럼이 밀어낼 것은? / 김하나 |
퇴근 뒤 영화 <카트>를 보고 왔다. 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이 고작 ‘나는 정규직이니까 저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야’라는 한 줌의 위안뿐이라면, 타인의 어려움을 발판 삼아 한 발 한 발 위태롭게 내딛는 나의 존재와 오늘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무탈한 하루에 감사하는 마음뿐이라면 영화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일 거다.
누구나 비정규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더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메시지 또한 다르게 읽혀야 한다. 이러한 논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서로 대립하게 하여 비정규직으로 하여금 정규직을 비정규직의 아픔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타자로 인식하게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넘어선 ‘우분투’의 마음 갖기가 필요하다. 정규직 직원이 노조위원장이 되어 비정규직 직원의 무단해고를 위해 분투한 것처럼, 함께 사는 세상에 자꾸 균열을 내려 하는 집단을 상대로 한목소리로 싸우고 함께 울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비정규직도 정규직도 모두 헤쳐나가기 힘든 세상, 비정규직에 비하면 정규직의 힘듦은 고통의 절대량에 있어서 결코 크지 않지만 모든 고통은 각 개인에게 절대적으로 가혹하고 치명적이다. 너무 힘들다며 직장을 때려치울까 하소연하는 정규직 친구를 두고 ‘야, 너 배부른 소리 하지 마’라고 얘기할 수 없는 건 그래서다. 그러나 또한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것은 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헤아림으로 하루아침에 무단해고당한 홈에버, 쌍용차 노동자들의 찢어지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영화의 엔딩, 물대포에 맞서 카트를 힘차게 밀며 전진하는 ‘여사님’들을 떠올려 본다. 이 카트에 담을 것은 무엇인가. 카트 스크럼을 짜서 밀어내기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각자 카트에 담을 것을 쌓아보라. 그리고 밀어붙여라 최후 승리를 위하여!
김하나 경기 부천시 역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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