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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포천합창단의 갑작스런 해단 통보에 대해 / 박지희 |
2003년 포천여성시립합창단으로 출범해 전문 성악가들로 구성이 재편된 포천시립합창단이 “시 재정악화 때문에 12월31일부로 해단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들의 기본권은 헌법으로 보장을 받지만 시 재정악화에 따른 해단은 불가피한 조처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들 예술인에 대한 부조리한 근로계약 조항 및 비상식적 처우에 있다.
대다수 예술인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단시간근로계약을 맺는다. ‘단시간근로자’는 보통의 근로자의 근로시간보다 짧은 시간의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한 형태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보호를 받기는 한다. 그런데 기간제근로자법의 제4조 제1항을 보면,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기간제근로자를 2년을 초과해서 고용할 수 없고 2년을 초과하여 고용된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조항이 이러함에도, 포천시립합창단의 경우 단원 대다수가 4년이 넘는 근속기간을 갖고 있다.
대다수 예술인은 비정규직 근로자이다. 이러한 근로계약의 불안정성으로 고용이 불안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고 재계약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들은 임금, 각종 복지혜택, 사회보험, 노동조합 활동 등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예술인의 열악한 현실을 시정하고 예술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되었지만 현실의 예술인들은 여전히 고용관계의 약자일 뿐이다. 예술인은 직업인으로 인정받지 못해 항상 고용불안에 허덕여야 하고, 임금, 근로자 복지, 사회보험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헌법적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예술인은 경제력이나 정치적 발언권도 약하다. 이런 힘의 열세 때문인가. 기본적 인권조차 무시당하기 일쑤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향유한다. 하지만 이는 많은 예술인들의 눈물과 땀, 시간, 창작의 고통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특히 많은 예술인들이 최저생계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경제적 고통 속에 결국 예술을 포기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예술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질식하고 있는 셈이고, 이는 결국 사회 전체가 예술을 향유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12월31일부로 해직되는 포천시립합창단 단원들에게도 실업급여나 충분한 유예기간을 보장하는 등 합리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합창단은 호소문 등을 통해 일말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 통보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해단 사태에 대해 올바른 문제 해결과 상식적 해결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아무쪼록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기대해본다.
박지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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