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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03 18:59 수정 : 2014.12.03 18:59

아시아 각 지역의 전통음악은 그 지역의 언어와 마찬가지로 음악의 어법도 서로 다르다. 음악인지라 그 느낌은 알 수 있지만, 음악으로 표현된 디테일을 또렷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다만, 아시아인으로 각 지역의 다양한 음악 어법이 영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악기들을 통해 설명해볼 수 있다.

특정 지역의 자연 환경과 문화 그리고 역사적 배경은 악기의 재료와 모양에 영향을 끼쳐 왔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대나무와 명주실이 관악기와 현악기의 주재료로 사용되어 왔다. 어떤 악기들은 그 재료는 조금 달라도 모양과 소리를 내는 방식은 비슷하다. 예를 들면, 두 줄짜리 현악기로 아시아 전역에 퍼져 있으면서 소리를 내는 방식도 유사한 악기가 있으니, 한국에서는 그것을 해금이라 한다. 중국에서는 얼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는 레밥, 캄보디아에서는 트로우, 타이에서는 소우, 라오스에서는 소이로 부른다. 이 악기들은 여러 줄로 된 현악기와 비교하여 소박한 구조지만, 저마다 각 지역에서 개성적 음향으로 독특한 정서를 표현해 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악기들을 통해 아시아 각 지역의 다양한 정체성을 직관적 감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정 지역의 정체성은 그 지역의 자연, 역사, 그리고 문화와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근대 이후 이른바 글로벌 체제가 만들어지면서 지역의 정체성와 관련해 불편한 사실이 하나 있다. 이들 지역이 군사력, 경제력 등의 우열에 의해 정치적으로 위계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정 지역은 다른 지역을 위협하기도 하고 반대로 위협을 받기도 한다. 지역들 간의 관계가 위계적이라는 점은 평화를 향한 인류의 행보에 놓인 현실적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아시아에는 지역 간의 갈등이 두드러지게 표면화된 곳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갈등 해소의 방법은 공존의 묘법을 발견하고 서로 공유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공존의 묘법은 의외로 문화 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서로 비슷한 모양이지만, 더 큰 세계 안에서 약간씩 다른 역할을 수행하면서 공존하는 사례가 있다면 거기서 해법을 얻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시아 지역의 두 줄 현악기들을 보면, 한국의 해금 소리가 중국 얼후의 그것을 위협하지 않으며, 캄보디아의 트로우와 타이의 소우가 서로 적대적이지 않다. 또한 해금과 레밥은 화려한 독주 악기이지만, 합주 시에 다른 악기들과의 균형을 깨지 않는다. 글로벌 체제 안에서 공존한다는 것은, 위계적 질서 안에 봉인된 불화가 아니라 매력과 개성을 지닌 상대에 대한 인정과 존중에 바탕을 둬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두 줄 현악기의 평화적 공존은 시사하는 바 크다.

지역 간의 갈등과 불안을 해소할 단서가 각 지역에 편재하고 있는 두 줄 악기에서 발견된다는 점은 다소 의외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거꾸로 ‘아시아의 평화’를 말하면서도 공존의 해법을 적극적으로 구하지 않았던 게으름, 혹은 문화를 챙겨보지 않았던 무지를 반성하게 한다. 12월11일, 12일 이틀 동안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부산에서 개최된다고 한다. 이번 정상회의의 슬로건은 “신뢰와 행복의 동반자”이다. 동반자 관계를 공고할 수 있는 아시아 공존의 해법을 창출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수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해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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