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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03 18:59 수정 : 2014.12.04 10:11

여대생의 한달 생활비 129만원은 쓰기도 빠듯하지만 벌기는 더 빠듯하다. 이는 사회 구조의 문제이며, 대학생들이 ‘학점 전쟁’에 내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이미지컷.

나는 간호학과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그렇다 보니 주위에는 여대생들이 넘친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인터넷 뉴스를 보던 중 ‘여대생의 한달 생활비’를 다룬 기사를 보게 되었다. 반값 등록금을 주장하는 한국대학생연합이라는 단체에서 학생들의 생활상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4학년 여대생 j양의 한달 생활비’라는 제목으로 표를 만든 것이다.

표를 설명하자면 자취방 월세 45만원, 식비 25만원, 교통비 7만원, 생활비 15만원, 핸드폰 요금 7만원, 학자금 대출 이자 10만원, 토익학원 수강료 20만원으로 모두 129만원이었다. 나는 이를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보통 알바를 하더라도 한달에 50만원을 받을까 말까인데, 공부하는 학생이 어떻게 129만원이라는 많은 돈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만약 부모님의 도움 없이 한달 동안 129만원을 마련하려면 하루 종일 알바를 해야 빠듯하게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달 동안 129만원을 사용한 것이 사치스러운 소비 활동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적당히 치안이 되고 난방이 잘되는 자취방을 구하려면 45만원의 월세는 많지 않은 금액이다. 식비 25만원 역시 밖에서 음식을 사먹어야 하는 대학생의 생활을 고려해보면 삼시 세끼를 변변치 못한 음식으로 버티는 것에 불과하며 친구들과 함께 커피숍에 가서 수다를 떨고 싶어도 어쩌다 한번 갈 수 있는 돈이다. 교통비 역시 정말 학교와 집만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닌 이상 7만원을 넘지 않는 것은 힘든 일이다. 내가 제일 충격을 받았던 내용은 생활비 15만원이었다. 대학교에 올라와 보니 옷뿐만 아니라 화장품, 신발, 액세서리 등 많은 부분에서 소비가 필요해졌다. 하지만 스웨터 하나를 사려고 해도 기본으로 3만~4만원을 호가하니 공과금을 포함해 생활비를 내려면 계절이 바뀌어도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단벌신사가 돼버린다. 요즘에는 핸드폰 요금도 비싸서 기계값이니 요금제니 해서 7만원은 기본으로 훌쩍 넘어선다. 대학교 등록금도 비싸 한번에 대기 어려우니 대출을 하면 다달이 10만원씩 기본으로 빠져나가고 취업은 해야 하니 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다. 이러나저러나 힘든 생활이다.

이때부터 나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지금껏 열심히 설명한 여대생의 한달 생활비는 현재를 살아가는 여러 대학생들의 모습과 유사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생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학점을 열심히 관리해서 장학금을 받으려고 해도 생활이 빠듯한 학생들이 너무도 많아 학점 전쟁이라 할 정도로 다들 열심히 공부한다. 진정으로 학문을 위해 고민하고 배우려는 태도보다는 다른 학우를 경쟁자로 여기고 장학금을 받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대학생에게 사치스러운 생활을 한다고 비판할 것이 아니다. 이제는 오히려 이런 생활을 하게 만드는 사회 구조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박준하 서울 중구 신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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