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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08 18:49 수정 : 2014.12.08 18:49

서울시향에서 벌어진 박현정 현 시향 대표의 폭언과 독단적인 업무 행태가 진실게임으로 확대되었다. 자신의 임명권자와 대표로 있던 조직과 지휘자까지 싸잡아 비판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다.

조직을 이끄는 대표로서 조직 안의 문제를 파헤치고 해결하려는 자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 사태가 시작된 본질적인 이유는 대표의 막말과 거친 행동이다. 이를 통해 조직원들이 심한 모멸감과 좌절을 느꼈다면 이미 개혁은 물건너갔다고 보아도 된다.

언제부터인가 기업 마인드가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가 되었다. 이전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목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회사의 이익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 금융회사와 문화서비스업 간의 다른 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시작점일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연주자뿐 아니라 같이 일하는 사무국, 즉 프런트의 능력이 크게 요구된다. 조직의 문화에서 객관적으로 장단점을 구분할 수 있었다면 이번처럼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거다.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왜 음악 분야에서 별 실적이나 경험이 없는 박 대표를 영입했을까이다.

지휘자에 대한 연봉조정이나 부적절한 예산전용 문제는 대표로서 제동을 걸 수도 있고 시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비상식적이었다. 해외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위해 서울시향 공연을 우선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거나 대표의 허락도 없이 피아노 연주회를 만들었다고 비판한 것은 상식적이 아니다. 또한 최고 수준의 지휘자, 연주자들을 보면 그들의 요구와 조건이 정명훈보다 덜하지는 않는다. 어느 바이올리니스트는 가족 전체의 일등석 항공료를 요구하기도 하고 매니저 몫의 비즈니스 항공권과 호텔비도 요구한다. 경호원 비용과 차량까지 요구하는 이도 있다. 부인을 데리고 오는 정도는 애교에 속한다. 적어도 호텔비는 더 들지 않으니깐. 정명훈이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이유로 그의 수익이 부정직하다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정명훈은 받는 연주료가 자신의 가치라고 믿는 프로 중 하나일 뿐이고 그를 쓰는지 안 쓰는지는 초청하는 이의 필요에 달려 있을 뿐이다. 천정부지로 높아져 가는 지휘자의 몸값이 아무리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해도 불합리하긴 하다. 그렇다고 이것을 정명훈의 개인적인 문제로 몰고 가는 것은 더 엉뚱하다.

누군가는 바렌보임처럼 원래부터 피아노와 지휘를 병행하지 않았던 지휘자가 갑자기 왜 피아노 독주회를 하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한다. 하지만 많은 지휘자가 피아노 연주뿐 아니라 다른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그리고 실내악 등 다양한 음악활동을 한다. 너무나도 많은 사례가 있기에 딱히 무엇을 들어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왜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일에 자신의 잣대로 평가하고 재단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갖가지 일을 조율하고 문제를 시정하며 발전을 꾀하는 것이 박 대표가 할 일이었다. 연주를 잘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주고 이를 위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조직을 만들었어야 했던 것이다. 엑셀을 못한다고 무능한 직원 취급을 했다면 과연 그 사람이 어떤 일에 전문성이 있었는지 한번쯤 살펴보았어야 했다. 자기 위치에서 자기가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신이 끌고 가는 사람들을 폄훼한 것만으로도 이미 박 대표는 자신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상실했다. 개인적으로 정명훈을 좋아하지도 않고 친분도 없다. 하지만 정명훈과 단원들, 사무국, 음악 팬이 만든 서울시향은 소중하고 희귀한 우리의 자산이기 때문에 아깝고 안타까울 뿐이다.

류재준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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