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2.10 18:59
수정 : 2014.12.1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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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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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묻는다. “사회학이 전공이어서 불안하지 않으냐”고. 나는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는 4학년 대학생이다. 사실 대학에 입학했을 때부터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사회학이 취직에 유리한 학문인지는 모르겠다. 물론 사회학은 사회를 보는 관점을 제공하고 사회의 다양한 영역, 즉 정치, 문화, 노동, 법, 의료, 가족 등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준다. 그래서 사회학이 분명 아주 유익하고, 그 이름에 걸맞게 이 ‘사회’에 꼭 필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과라면 상경계열이 취직에 유리하다는 게 사실 우리 사회의 ‘정설’이다.
하지만 사실 상경계열이라고 해서 취직이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주위에 상경계열에 학점도 높고 영어점수도 좋고 제2외국어도 하는, 이른바 ‘고스펙’인 4학년 친구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도 취직에 번번이 실패한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기업들은 어떤가. 법인세를 낮춰 주는 정치인들은 두 팔 벌려 환영하지만, 준비된 청년들을 안아주진 않는다. 정규직 전환도 안 되는 인턴 자리나 던져주거나.
우리 학교는 1학년을 사회과학계열로 모집하고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한다. 그래서 전공에 대한 궁금증이 가득한 1학년 학생들을 위해서 전공설명회를 개최한다. 전공설명회에 온 1학년 학생이 사회학과 쪽에 와서 물었다고 한다. “사회학이 전공이라서 불안하지 않아요?” 사회학과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사회학과라서가 아니라 청년실업 때문에 불안해요.” 나는 이 말을 듣고 막힌 속이 뻥 뚫렸다. 맞다, 우리가 불안하고 괴로운 건 우리가 사회학을 전공해서가 아니라 이 사회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사회학을 3년이나 공부해 놓고, 난 왜 저런 대답을 하지 못했을까. 우리는 사회학을 공부해 우리 사회의 심각성을 더 잘 알게 됐고, 그래서 조금 더 불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번에 연세대의 한 학생이 최씨 아저씨에게 ‘협박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고 있는 그 아저씨는 지금 정규직 때문에 비정규직의 삶이 어렵다면서 ‘중규직’이라는 걸 만들자고 주장하고 계신다. 우리 집은 아빠가 정규직, 엄마가 비정규직, 나와 동생은 대학생이다. 결국 우리집이 문제라는 이야기인가? 우리 식구들은 모두 충분히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누구처럼 탈세도 안 하고, 불법상속도 안 하면서 성실히 살고 있다. 대학생인 나와 동생은, 그리고 비정규직인 엄마는 정규직인 아빠 때문에 우리가 취직이 어렵고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그리고 기성세대와 청년들은 서로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할 사람들이다. 서로 싸워야 할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 서로의 일자리를, 임금을 빼앗고 있는 게 아니다. 범인은, 아니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이 사실을 최씨 아저씨는 모르신다. 나도 그런 분들께 한마디 하고 싶다. 조금 예의 없어 보이겠지만, 요즘 유행하는 말로 ‘아프니까 정치인’이다. 긍정적으로 들으셨으면 한다. 열정이 있는 이들에겐 이 정도 시련은 괜찮다. 그래도 그 아저씨들은 4년에 한번 다시 계약해야 하지만 높은 월급에, 공무원 연금은 사라져도 절대 사라지지 않을 국회의원 연금도 꼬박꼬박 받는 ‘귀족’ 비정규직 아니신가.
아무튼 1992년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슬로건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내가 이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도 이와 비슷하다. “문제는 우리가 아니야. 문제는 너희들이야, 바보야.”
이준희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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