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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18 18:38 수정 : 2014.12.18 18:38

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시간강사 등으로 불리는 대학의 비정규교수는 대학 교육이나 연구에서 수행하고 있는 역할에 견줘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최근 ‘대학 구조개혁 평가지표’를 발표했다. 이는 비정규교수들의 가슴에 또다시 못을 박는 일이다.

교육부가 이번에 시행하려는 대학평가의 목적은 대학의 양적 규모는 줄이되 대학의 자율적 구조개혁을 제도적으로 지원해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2018년부터 대학 입학 정원이 고교 졸업생 수를 넘어서고, 2023년엔 초과 정원이 16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에 따른 조처다.

그러나 비정규교수의 입장에서 대학평가의 지표와 방안을 보면, 비정규교수의 대학 내 기여도에 대한 평가나 비정규교수의 교육·학문적 기여를 대학 교육의 질로 연결해 평가하는 방안은 어디에도 없다. 이는 교육부가 얼마나 비정규교수의 존재 가치에 대해 무지하며, 이들을 유령 취급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다. 좀더 구체적으로 새로운 대학평가지표의 내용을 살펴보자.

첫째, 이전에 실시했던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 평가’에는 학사관리 관련 평가 항목에서 그나마 시간강사 강의료 지급 단가가 평가요소에 포함되어 비정규교수의 처우 개선 노력을 유도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평가지표에는 이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대학 교육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비정규교수에 대한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이 전혀 없는 셈이다.

둘째, 법정 전임교원 확보율이 높아짐으로써 비정규교수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며, 법정 전임교원을 100% 확보하는 것이 지금의 비정규교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칙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교육부 평가지표의 내용을 보면 교육부가 이런 과제를 수행할 의지가 있는지 심히 의심된다.

2014년 전임교원 확보율(편제정원기준)은 대학 전체 평균이 74.09%인데, 이번의 평가지표에는 전국 평균값 이상인 대학에는 만점 8점을 주고, 그 미만인 대학은 8점에서 점수를 차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전임교원 확보율 개선 정도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할 수 있으나, 전임교원 확보율 점수와 가산점을 더해 8점을 넘는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8점만 부여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전임확보율이 전국 평균 이상이면 더 이상의 확보율을 높이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셋째, 최근 몇년간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무늬는 전임교수인데 그 내용은 실질적으로 비정규직인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대학들이 이들의 채용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정규직 교수 1명을 채용할 돈이면 비정년트랙 교수를 2명 채용할 수 있고, 정원 감축도 유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전임교원 확보율에 포함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정규직인 정년트랙 전임교원과 비교했을 때 같은 직급임에도 임금과 신분에서 차별 요소가 많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채용은, 각종 재정지원 사업이나 구조조정 평가에서 전임교원확보율을 높이는 좋은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대학평가지표는 교육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반영할 뿐이다.

이처럼 교육부의 대학평가지표에서 비정규교수 문제는 철저히 무시되었다. ‘강사법’ 문제가 여전히 해결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마당에, 대학구조개혁에서조차 비정규교수는 유령 취급을 받고 있다. 교육부는 비정규교수들이 대학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관련 재정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된 대학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정보선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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