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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22 18:49 수정 : 2014.12.22 18:49

우리의 방위산업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 통영함을 위시해 봇물처럼 터지는 비리 사건으로 인한 국민적 비판은 결국 사상 초유의 방산비리 합동수사로 이어졌고, 이에 주요 방산업체들은 날로 악화되는 채산성 문제는 제쳐 두고 수사의 칼날 앞에 숨죽여 신음하는 처지가 됐다.

방산은 돈이 되는 산업일까? 최근 국내 어느 일류기업에서 방산 분야를 일괄 매각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매각 이유에 대해서는 나름 명분을 내세웠으나 결국은 그룹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방산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이익은 박한데 골치 아픈 시비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아, “적자는 보전해 줄 테니 말썽만 피우지 말라”는 지침을 그룹으로부터 받고 있다는 소문이 오래전부터 들려왔다.

현 정부는 초기 방산을 창조경제의 한 축으로 육성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방산은 모든 원가를 공개하게 돼 있고 일정 이윤만 인정하기 때문에 창조에 따른 부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지금의 규정과 제도를 바꾸기 전에는 창조와 방산은 같이 가기 어렵다. 원래 방산은 고객이 정부라는 안정감과 국가 안보의 일익을 담당한다는 명분은 있으나 낮은 수익률로 돈 버는 산업과는 거리가 있다.

방산비리는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다. 많은 전문가들은 무기체계 획득 분야의 많은 부조리가 방산비리를 조장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 통영함 사건의 경우 문제가 된 음파탐지기를 체계종합 업체에 일괄해 맡겼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굳이 별도 사업으로 납품하게 함으로써 기술적 통합을 어렵게 하고 책임 소재도 애매해져 화를 키웠다. 즉 사업 관리 제도상의 부조리가 비리의 배경이 된 셈이다. ‘K2’와 ‘K1A2’ 전차의 경우, 문제가 된 가짜 시험성적서도 대부분 실제 성능에는 문제가 없으나 비합리적인 일정 재촉에 쫓겨 문서를 위조하게 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고 한다.

동네북이 된 우리의 방산이 이번 비리수사로 재생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긍정적 평가를 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앞서 언급한 여러 부조리가 합리적인 방안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소수 비리자에 대한 처벌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비리를 조장하는 부조리의 개선을 위해서는 복잡한 무기획득체계에 대한 고차원 방정식의 이해가 전제돼야 하는데, 금번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에 그런 기대가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이스라엘의 경우 방산은 전체 수출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 경제의 핵심으로 발전해, 경제와 안보의 두가지 토끼를 잡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이스라엘보다 2배의 방산 내수 시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수출은 전체의 7%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는 방산을 육성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방산 육성의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방산비리 합동수사가 단순한 범법자 처리보다는 방산의 부조리 개선에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다.

이희우 충남대 종합군수체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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