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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29 18:49 수정 : 2014.12.29 18:49

며칠이 지나면 분단 칠순을 맞는다. 후삼국 분단 44년을 넘은 지 오래다. 외국군 주둔 70년의 역사도 가까워지고 있다.

주한미군은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3년간의 군사정부를 통해 남한을 직접 점령 및 통치했고, 이후로는 미국의 한반도 전략과 정책의 집행자로서 우리 남과 북의 중요한 역사 발자취마다 영향력을 행사하고, 개입하고, 때로는 운명을 결정짓기도 하였다.

2차대전 종말이 가까운 1944년12월부터 미국은 3부조정위원회(SWNCC: 국무·전쟁·해군 부서 간의 조정기구)를 만들어 전후 세계질서 준비에 들어갔다. 이 위원회 소속 극동분과위원회는 1945년 3~4월부터 한반도 점령과 군사정부 설립을 거의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기초해 번스 국무장관 등은 포츠담 회담 중 38도선 분할점령을 기획했고, 전략정책단 실무 3인인 러스크 등은 7월25일부터 30일 사이 분할점령을 기정사실화했다. 일본이 항복을 밝히자 러스크 등이 8월11일 새벽 30분 만에 38도선 분할점령을 결정했던 것은 앞의 수순에 따른 결과였다. 미군의 한반도 점령, 38도선 분단, 군사정부 계획 등은 일본군 무장해제를 위함이라는 미국의 변명을 넘어선 것이었다. 사회주의 소련을 봉쇄하기 위한 반공 방파제를 구축하고 한반도를 미국 영향권에 두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 정치적 결과물이었다.

다른 한편 해방된 한반도의 당면 핵심과제는 일본의 식민지(친일) 잔재 청산을 통한 새로운 사회 건설과 분단 극복이었다. 친일 청산 요구는 활화산처럼 타올라 친일파들은 도망가거나 옴츠렸고 일본의 통치구조 등은 곧바로 마비되어 와해 직전이었다. 철저한 친일 청산을 제창하며 조선사회를 압도하던 혁명 지향의 급진세력과 민중세력은 역사의 주체로 또 주도자로 전면에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남한을 반소·반공·반혁명의 보루로 삼으려 했던 미 군사정부에 의해 오히려 제압 및 와해당했다. 이 결과 분단 극복과 일제 식민지 잔재 청산을 통한 새로운 조선사회 건설이라는 민족적 핵심과제는 완전 좌절 및 실종되고 말았다.

막스 베버는 국가를 폭력수단의 배타적 독점으로 개념 정의한다. 유감스럽게도 이에 따르면 우리는 국가도 아닌 국가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러한 비정상의 극치와 더불어 평화와 통일이라는 민족의 숙원 역시 외세와 이들과 동맹을 맺은 국내 수구세력에 의해 농단·배척·억압되어 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통한의 역사가 70년이 가까워지는 이 시점에서 지난 70년을 반성하면서 새로운 발상과 접근으로 평화와 통일, 그리고 인간답게 존엄성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세상 등을 위해 진정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것이다.

마침 지구촌도 미국 일변도의 세상에서 중국이 부상하면서 새로운 질서를 향하고 있다. 세력교체기라는 지금의 과도기야말로 우리에게 기회이면서 위기다. 이제 이곳 한반도에서는 외세가 더 이상 상수가 아니라 우리들 하기 나름의 변수일 뿐이다.

이 힘으로 어떻게 해서든 과거 동아시아 질서의 근본적 변화 기간에 일어났던 병자호란이나 청일전쟁과 같은 역사의 파국이 재등장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것은 끝장, 곧 우리 역사의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남과 북이, 보수와 진보가, 또 동서남북이 서로 손잡고 평화와 통일로 나가야 할 때이다.

또 비정규직과 실업이 대세인 남쪽에서 국제인권규약의 사회경제권인 인간이 인간답게 존엄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독자적으로 만들 수는 없다. 남북을, 더 나아가 아시아-유럽을 잇는 철도와 도로, 가스관 등 묶음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함께 손잡은 묶음전략은 그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통일대박과 평화대박을 가져올 것이다.

지난 과거를 잊지 않되 너무 그곳에 외곬으로 매달리는 경직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늘의 현재를 기반으로 해야겠지만 이곳에 너무 집착하는 잘못을 범해서도 안 된다.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미래를 바라보며 나아가야 한다. 새로운 세계질서를 향하고 있는 이 과도기에 우리가 내딛는 역사 행보는 앞으로 후대의 50년, 100년 내지 수백년의 삶과 역사를 좌지우지한다.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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