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1.05 18:41
수정 : 2015.01.05 22:06
지난해 11월부터 독산누리사회적협동조합이 독산고교 매점 운영을 시작하였다. 서울지역 고교로는 사회적협동조합이 매점을 운영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의 학교 매점 운영이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쓴다.
2013년 4월 독산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매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매점 소비자가 학생임에도 대부분 학교에서는 매점 임대료 수익금을 학교 예산으로 편성해서 학교가 원하는 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 돈은 학생들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고 학생 건강을 위하여 매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질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장 선생님은 그 지적에 흔쾌히 동의했고, 학부모들은 협동조합이라는 방식으로 우리가 운영해 보면 어떻겠느냐는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했다.
그날 이후로 몇몇 학부모 운영위원을 중심으로 매점 협동조합 결성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처음부터 매점 이윤을 학생을 위해 사용할 목적이었기 때문에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지만, 시기상 10월 말에 있을 매점 입찰 전에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받는 게 쉽지 않아 일반협동조합으로 출발했다. 10월 말, 일반협동조합이었던 독산고건강매점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최고가 낙찰 방식의 매점 입찰에 응했지만, 도전에 실패했다.
하지만 계속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해서 조합원을 중심으로 협동조합 기본교육을 실시하고, 일반협동조합이었던 독산고건강매점협동조합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협동조합 이름을 공모한 결과 독산누리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지난해 8월 우리가 꿈꾸었던 독산누리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인가받는 데 성공했다.
10월 말 두번째 도전! 독산누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회를 열어 가격을 결정하고 입찰에 응한 결과 드디어 낙찰! 10월31일 감동적이고 역사적인 매점 임대 계약을 맺게 되었다.
매점을 인수하면서 친환경 제품과 메이저급 브랜드 과자류로 진열대를 다 채우고 싶었지만, 우리 학교가 위치한 지역 특성상 아이들의 주머니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어 무척 고민스러웠다. 결국 결론은 아이들 입맛에 맞는 친환경 빵을 적절한 가격에 납품받을 때까지는 아이들이 찾는 마이너급 브랜드 과자와 빵을 놔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대신 이전의 매점과 비교해서 아이들이 많이 찾는 빵 가격을 우리가 애초에 계획했던 것(300원 인하)보다 조금만 내려(100원 인하) 판매하는 대신, 거기에서 난 수익으로 친환경 제품의 단가를 내리는 방식으로 친환경 제품을 더 많이 이용하게 하자는 전략으로 바꾸었다.
친환경 제품을 먹어보기 전에는 ‘비싸면서 맛도 없는 과자’라고 평가하던 아이들이, 먹어본 뒤에는 ‘가격은 좀 비싸지만 일반 제품보다 맛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몸에도 좋은 과자’라고 평가하는 등 학생 소비자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을 느낀다. 상당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의 최고가 낙찰 시스템으로는 우리가 계속 매점을 운영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알고 있었던 서울시의회가 얼마 전에 사회적협동조합이 학교 매점을 임차할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올해부터는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거기에서 얻는 이윤을 학생들의 복지비로 기부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매점 운영으로 몸은 바빠졌지만, 독산누리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들은 이런 상상에 젖어 매일매일 행복한 꿈을 꾼다. 다른 학교에서도 착한 매점 운영을 통해 우리와 함께 이런 행복한 꿈을 꿔보면 어떨까?
홍태숙 서울 금천구 독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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