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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1.05 18:42 수정 : 2015.01.05 18:42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원래 취지는 혁신적 공공기관 관리·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충격적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동위원장을 하는 ‘공공기관 혁신위원회’를 두고, 여기에서 공공기관의 기능통폐합과 해산까지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줄세우기를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공공 연구기관들을 관리하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어, 정부의 입맛에 맞는 연구 결과를 계속 써내게 하려는 꼼수로 보인다.

특히 충격적인 대목은 이 개정안이 <한국방송>(KBS)과 <교육방송>(EBS)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혁신위원회 아래에 둘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두 방송사 경영에 대한 주무부처가 사실상 기재부가 되는 것이고, 공영방송이 하루아침에 국영방송으로 회귀하는 셈이다. 방송사 대표를 임명하는 권한이 정부 입김 아래 있는 것만으로도 공정보도가 훼손될 수 있음을 이미 7년 동안 목격해왔는데, 경영권 자체가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면 과연 방송사의 중립성, 공정 보도, 생산적 비판이 가능할 수나 있을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신선한 소식은 <교통방송>(TBS)의 새로운 도전이다. 1990년에 라디오 채널로 먼저 개국한 교통방송은, 서울시의 공공기관이라는 정체성 아래 교통정보와 시정 소식을 충실히 전달했다. 초기 라디오 프로그램은 실시간으로 청취자들과 교통정보를 주고받는 전형적인 인터랙티브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안정적인 청취율을 자랑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그런데 2005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텔레비전 방송을 시작하면서 이를 시정 홍보에 적극 동원했지만, 콘텐츠의 차별화와 질적 개선에는 소홀했다. 이런 행보는 이후 교통방송 티브이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하는 원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 체제 아래 시의 간섭이 줄어들면서, 교통방송의 공영성은 비영리 언론이 가진 장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교통방송 티브이는 지역밀착형 콘텐츠들을 생산함으로써 다른 방송과의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다. 또한 상업 언론은 자본에 종속되어 죽어가고, 대안적 독립언론들은 재원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교통방송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재원을 이미 확보하고 있기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이런 특성을 안정화할 수 있다면 서울에 관한 한 더욱 집중적이고 특화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시민 참여를 폭넓게 반영할 수 있는, 그래서 민영 상업방송이나 여타 대안 독립언론에서 불가능한 다양한 실험들을 가능케 하는 플랫폼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조의 혁신은 필수적이고 시급하다. 설립 근거를 민법상 재단법인으로 바꾸어 시로부터 확실히 독립하게 하고, 사장과 임원을 시민이 주인이 되는 이사회에서 추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비영리 독립언론이자 서울 수도권 지역의 대표 언론으로 교통방송의 위상을 명확히 할 것이며, 정권의 언론 장악이라는 구시대로의 퇴행을 막을 또 하나의 실천적 대안이 될 것이다.

김성수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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