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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1.07 18:58 수정 : 2015.01.07 18:58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등 국회의원 14명은 지난해 11월11일 의원입법 형식으로 민사소송 상고심에 ‘변호사 강제주의’를 도입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제출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2012년 4월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준법지원인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기습 통과시켜 변호사 일자리를 1000개 이상 늘린 것에 비견되는 일이다.

이번에 도입이 추진되는 변호사 강제주의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의 변호사들이다.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입법권을 남용해 변호사 일자리 늘리기에 나선 셈이다.

입법활동은 국회의원의 정당한 권리이자 당연한 책무이다. 그러나 법률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행동을 규제하거나, 누군가에게는 특혜를 주는 등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토록 중요한 법률이 사회적 감시나 통제 없이 일방적으로 발의되고 통과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번에 발의된 ‘윤상현법’은 적극적 당사자(상고인)에 대하여만 변호사 강제주의를 적용함으로써 어쩔 수 없이 소송에 응해야 하는 소극적 당사자(피상고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이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경제적 약자에게 있어 재판을 통한 권리구제의 길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경제적 지위에 따라 당사자의 재판청구권 행사를 차별하게 되는 것이다. ‘기회의 평등’이 침해받고,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변호사 강제주의를 도입하면서 국선대리인 등을 선임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해 놓았다는 논리를 내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국선대리인 제도는 자력이 없는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최소한의 조치일 뿐이다. 국선대리인 제도의 적용 대상이 아닌 경우엔, 이번 강제주의에 따라 변호사 비용을 새로 부담해야 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현재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앞으로 대리인을 내세워야 하는데, 이로 인해 헌법 제10조의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 국선대리인의 조력을 받더라도, 이는 결과적으로 국가의 재정 부담을 늘리게 된다. 또 국민을 국가에 구걸하는 존재로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법치의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없다면 법치는 불가능하다. 법은 성격상 있는 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십상이다. 있는 자는 목소리도 크고 네트워크도 튼튼하다.

<법의 정신>에서 몽테스키외는 “모든 시민은 마치 주인집을 도망쳐 나온 노예와 같다”고 지적했다. 법에 의해 해방된 노예는 이제 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욕망한다. 법을 통해 평등을 쟁취한 사람이 이제 법을 악용해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려고 한다. 탐욕을 경계하고 견제하는 덕성이 없다면 법은 항상 권력자의 편에 선다.

요컨대 상고심에서의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을 위한 민사소송법 개정은 국민의 헌법상 권리인 자기결정권,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할 수 있다. 이 법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에서 찾아본다.

김종현 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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