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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한수원, 위기를 극복하려면… / 정진엽 |
최근 원전 설계문서 유출에 이어 신고리 3호기 건설 현장에서 3명이 동시에 사망한 사고는 발전소에서 근래에 보기 드문 대형 사고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처럼 계속되는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위기관리 조직과 절차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원전 설계문서 유출의 경우, 미국 국토안보부의 ‘주요기반시설 보안리스크 조사보고서’에서도 전력 시설에 대한 위협 요인과 취약성을 지적한 바 있고, 국내에서도 사이버테러 대비를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하지만 망 분리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국가정보원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하며 한수원도 선제적 위기대응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한수원이 제시한 경영혁신 방안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한수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경영혁신 방안의 하나로 ‘인사 순혈주의 완전타파 및 업무 프로세스 근본적 혁신’을 제시했다. 이는 비리 방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외부에서도 인정받았다. ‘원전마피아’로 대표되는 사회적 불신을 고려할 때 승진심사 등 인사정책에 외부인사를 참여시키는 것도 좋은 시도다.
또 한수원은 외부 평가나 인증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다. 한수원 안전점검에 참여했던 외부 전문가들이 “한수원은 여전히 폐쇄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방어적 태도를 버리고, 안전문화지수와 공간안전인증 등 외부 인증제도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규제 일변도의 강압적 지시나 평가에서 벗어나 같이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나 세월호 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한 이후 에너지 공기업에 대해 여러 차례 안전점검이 있어왔지만, 여러 정부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평가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는 정부 평가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훈련이나 평가는 비록 횟수가 적어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유관 정부부처 합동점검을 추진해 전문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도 개선돼야 한다. 이 평가제도는 재무성과에 집중돼 있는데, 안전 평가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한수원이나 발전회사의 경우 발전소 가동률이나 원전 노심 손상도 등이 평가항목에 포함되어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안전성을 평가하기에 부족하다. 안전 분야 투자와 활동에 관한 평가항목과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국민안전처의 국가기반체계 평가나 외부 평가결과를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한수원 민영화’는 안전 확보를 위한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라고 본다. 민간 기업의 경우 공적 투자에 소홀할 수 있고, 감시나 통제가 어려워지며, 내부 사고가 외부에 투명하게 알려질 가능성이 적다. 일본의 도쿄전력은 민영화한 상태였으며, 듀폰과 같이 모범기업으로 불리는 곳도 두 달 전 사고에서 은폐 논란에 휘말렸다. 따라서 한수원은 국민과 정부가 엄격하게 감시·통제할 수 있는 체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정진엽 ㈔한국에너지기술·방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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