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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1.21 19:04 수정 : 2015.01.21 19:04

교도소에서 10년을 살아온 재소자로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경제인 가석방’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을 개진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가석방 기준을 보면 마약, 조직, 성폭력 사범 등은 원칙적으로 가석방이 없다고 보면 되고 그 외 고액 사건이나 재범자 등의 경우에도 가석방 혜택을 받기 매우 힘들다.

이는 합리적이지 못한 행정이라 여겨진다. 그 이유는 입소 때부터 정해지는 가석방 결격사유자라는 낙인은 새 삶을 살기 위해 열심히 수형 생활을 하여야 할 수형자들에게 형기 동안 좌절 속에서 무의미한 생활을 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범죄자들을 엄벌하고 형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 그와 같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어떤 결과가 생긴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도소의 운영 목적이 형벌의 집행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형자들의 교정교화에 있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면 조금 방향을 달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재범자라 하여 가석방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1급 장애인이며 심장병과 간경화에 뇌경색까지 가지고 있는 중환자이다. 이런 처지임에도 보통의 수형자들이 해내기 힘든 독학사(독학으로 4년제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것) 국문학과 법학 학위를 취득했다. 몇년 동안 이 과정을 해내면서 나는 가석방의 희망 하나로 너무나 힘든 공부를 했지만 이제 와서 알고 보니 나는 가석방 제한 사범이었다. 법에는 가능하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배제되는 경우인 것이다.

가석방은 모든 수형자에게 공평하게 혜택을 주어야 한다. 경제인도 마찬가지다. 가석방을 두번 받는다는 것은 당연히 안 될 일이지만 뚜렷한 개선의 정을 보이면서 수형 생활을 해가는 이들에겐 과감한 은전을 베풂도 많은 수형자들에게 헛된 수형 기간을 보내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경제인이 가석방으로 출소하면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듯 모범적 수형 생활을 해온 수형자도 가석방될 때 이 사회의 건전한 주춧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

정현(가명) 재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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