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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더욱 특별한 두 번째 축구단일팀 ‘코리아’ / 이준호 |
1991년, 한국 축구 사상 첫 남북단일팀 ‘코리아’가 등장했다. 그 무대는 포르투갈에서 열린 제6회 20살 이하 월드컵이었다. 당시 단일팀 ‘코리아’는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는 등 파란을 일으키며 대회 8강에 진출했다. 축구를 통해 한반도는 물론 전세계에 감동을 선사한 순간이었다. 또한 1985년부터 1989년까지 3회 연속 대회에서 예선 탈락하며 1983년 4강 진출이 ‘해프닝’으로 전락하고 있을 때, 다시 한 번 한국 축구를 세계에 알린 역사적 쾌거였다.
하지만 이후 축구 단일팀 ‘코리아’를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었다. 그렇게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2017년, 이런 기념비적인 순간을 함께한 20살 이하 월드컵이 바로 우리 한국에서 개최된다. 더욱이 이번 2017년 대회 개최는 한국이 피파(FIFA) 주관 4대 축구대회를 모두 개최(2001 컨페더레이션스컵, 2002 한·일 월드컵, 2007 17살 이하 월드컵)하게 되는 특별한 대회다. 이 대회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다시 한 번 축구 단일팀 ‘코리아’를 구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선 이번 2017년 단일팀은 1991년의 단일팀보다 더욱 상징적인 팀이 될 것이다. 1991년의 단일팀이 1990년 독일 통일과 소련의 해체 등 탈냉전 분위기 속에서의 성과였다면, 2017년의 단일팀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더욱 예속화하는 등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의 성과이기에 값진 의미가 될 것이다. 즉, 단일팀의 상징성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징성과 함께 실제 대회 결과에서도 ‘코리아’팀은 우리의 기대감을 높인다. ‘한국의 메시’ 이승우가 속한 한국대표팀은 2014년 16살 이하 아시아청소년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북한대표팀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에 속한 유럽파 선수들의 활약으로 한국을 꺾고 이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아시아를 석권한 양 팀의 선수들이 성인이 되어 국제 무대에 나서는 첫 번째 대회가 바로 2017년 20살 이하 월드컵이다. 이들이 한 팀이 되어 조직력을 완성한다면 충분히 상승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 ‘코리아’팀의 무대가 한국이라는 점은 그 기대를 한층 높이게 한다. 국제 대회에서 ‘홈그라운드’가 갖는 효과를 우리는 2002년 월드컵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이번달, 대한축구협회는 2017년 20살 이하 월드컵 대회 조직위원회를 구성한다. 1991년의 단일팀이 대회를 한 달 남짓 앞두고 구성되어 조직력을 극대화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거울삼아 지금부터 적절한 교류와 협상을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무거운 한반도 분위기에 새로운 기운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이번 대회의 질적 발전을 이루게 할 두 번째 단일팀 ‘코리아’의 특별한 도전을 지금 이야기하는 이유다.
이준호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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