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3.23 19:01
수정 : 2015.03.23 19:01
2002년만 해도 경기도 성남시 본시가지 중심가에는 종합병원이 3개 있었습니다. 성남중앙병원, 성남병원, 인하병원입니다. 그러나 2003년 6월9일 성남병원이, 며칠 뒤인 6월20일에는 인하병원이 폐업합니다. 주민 처지에서는 가까이에서 진료할 수 있는 종합병원과 병상이 없어지고, 응급환자가 생길 때 빨리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어지는 ‘의료공백’이 생겼습니다.
성남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합니다. 지역 국회의원과 시의회 의장까지 참여한 ‘성남시립병원설립 범시민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6개월 만인 2003년 12월29일 성남시립병원 설립을 위한 주민발의에 1만8595명이 참여해 주민발의 조례를 접수합니다.
그러나 이 조례안은 성남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에서 부결 처리돼 본회의에 안건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됩니다. 이에 2005년 ‘의료공백해결을 위한 성남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가 다시 발족하고 1만8845명의 주민이 서명한 2차 주민발의 조례가 다시 접수돼 2006년 3월15일 성남시의회에서 시의원 만장일치로 성남시립병원 설립조례가 가결됐습니다.
시민 한사람 한사람의 소중한 뜻을 모아 만든 이 조례는 지금 현실이 됐을까요? 성남시의회는 병원부지 및 운영방식을 결정하지 않고 무려 5년 동안 병원 설립을 질질 끌었습니다. 2011년 당시 다수였던 한나라당 시의원들이 야당 시의원 전원이 ‘반대’를 표명하고 퇴장한 가운데 ‘성남시의료원을 대학병원에 위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결국 성남시의료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직영하는 시직영 방식이 아니라 대학병원에 위탁해 운영하는 위탁운영 의료원이 될 예정입니다.
시민의 뜻에 따라 발의되고 통과된 ‘성남시의료원 조례안’은 그 풀뿌리적 토대가 갖는 의미는 물론이거니와 성남시가 조성된 지 48년 만에, 두 개의 종합병원이 사라진 지 14년 만에 성남시에 공공의료병원이 생긴다는 빛나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경남 진주의료원이 없어지고 정부 의료민영화 정책이 점차 노골화되는 현재로서는 의료 공공성 강화의 측면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닙니다. 그러나 ‘대학병원 위탁 운영’을 정한 조례안으로 인해 성남시의료원은 ‘가짜’ 공공의료원이 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현재 지방의료원 중 위탁운영되는 의료원은 마산의료원 1개에 불과합니다. 공공의료원의 자치단체 직영은 공공성 담보에 매우 중요합니다. 2007년 기준으로 지방의료원 평균 연간 입원환자 중 의료급여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민간병원의 3배이고, 외래환자 중 의료급여환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민간병원보다 10% 이상 높습니다. 의료급여 입원환자 1인당 1일 평균진료비도 민간병원보다 5만6218원이나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서의 지방의료원은 의료소외계층에 대한 진료 등 공공의료를 담당하고 저렴한 진료비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민을 위한 병원이어야 합니다.
물론, 여러 여건과 상황에 따라 성남시립의료원도 직영을 할 수도 있고 대학병원에 위탁해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애초 이 조례가 시민 발의에 따라 이루어진 만큼 운영방식도 시민의 결정에 따라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성남시립의료원 조례는 시민의 합의나 논의 절차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운영방식을 시민이 직접 참여해 결정할 수 있도록 조례안을 재개정해야 합니다.
김용진 공공의료 성남시민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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