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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3.25 19:09 수정 : 2015.03.25 19:09

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나는 15년 만에 베이징의 거리를 걷고 있다. 당시는 실크로드 탐사를 위해, 이번에는 죽음학교 교우들과 함께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중국을 몸으로 느껴 보자는 생각에서다. 확연히 달라진 몇 가지가 눈에 띈다. 스모그, 거리에서 사라진 자전거 그리고 높아진 스카이라인. 이곳은 지금도 고도성장기다. 성장률이 한 자리로 낮아지긴 했지만 규모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한 안정화일 뿐이다. 우리 역시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지금의 중국처럼 고도성장기를 거쳐 최빈국에서 이젠 열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구가하고 있다. 더불어 격렬한 경제성장이 수반한 많은 문제도 함께 겪었다. 개발 위주의 경제정책에서 동서간의 지역불균형으로 인한 갈등과 탈군부독재 민주화의 열망,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들을 다른 어느 나라보다 슬기롭게 헤쳐 나왔다고 자부한다.

지금 이 거리를 걸으며 중국은 과연 동서간의 불균형 발전과 민주화, 그리고 티베트의 독립 문제 등 산재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궁금해진다. 반면 그런 문제들을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해결해낸 우리에겐 이제 전도양양한 미래만이 남아 있을까? 아니다. 더 어려운 문제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바로 빈부의 격차, 양극화 문제다. 연초부터 증세와 복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담뱃값 인상부터 연말정산 파동까지 서민들의 불만은 누적되어 가고 급기야 현 정부의 지지율은 급락하고 있다. 시안에 도착한 후, 나는 지인을 기다리며 공항에서 부자세 신설과 증세를 요청하는 글을 쓴다. 아직은 대한민국이 전성기여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에서.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당연한 일을 지금처럼 편을 나누어 싸우게 부추긴다면, 심화되는 것은 계층간 갈등이고 겉도는 것은 복지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왜 기꺼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을까? 왜 부자증세를 주장할까? 천문학적인 재산을 왜 좀더 빈곤한 지역과 계층에 투자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들은 그들 자신, 즉 부유한 사람들을 위해 투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궁금하지 않은가? 현재보다 더 극심하게 빈부의 격차가 벌어져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그들이 가진 부유함이란 순식간에 덧없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역사에서 그런 극단적 상황들, 최근 300여년간만 보아도 프랑스혁명이나 사회주의혁명 등을 읽고 배웠으면서도 왜 남의 일, 지나간 과거의 일로만 치부하는가? 현재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최근 그리스 총선을 보라. 국민들의 좌절과 고통 속에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고, 유럽연합 탈퇴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먼저 그리스 국민들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이지만 그 영향은 그리스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주위의 부자나라들 역시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입게 될 것이다.

부자들의 나눔에 대한 인식전환이 절실한 때다. 이 나라의 성장 주역이 누구인가? 현재 부채에 허덕이는 가계들, 그들이 바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과 글로벌 기업을 만든 주역들과 그들의 자녀다. 높은 저축률로 투자 재원을 만들어주었고, 남다른 교육투자로 인재를 공급하여 정부와 기업에 공급해주지 않았다면 현재의 재벌과 이 나라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그들의 땀과 희생으로 세워진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런 가계가 이제 힘에 부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젠 그들, ‘국가유공자’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나설 때다. 매몰차게 다 네 탓이라고 몰아붙이거나 일시적 고통 경감의 ‘모르핀’ 같은 처방은 사양하고 싶다. 무상보육에 대한 찬반이 치열하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들이 바로 우리의 미래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다시 상식이 되는 사회로 만들자. 인재 풀은 넓을수록 좋다. 기업은 멀리 생각해야 한다. 눈앞의 회계이익 때문에 비정규직을 선호한다면 그 결과로 가계는 야위어가고 그가 바로 여러분의 고객이라는 사실을. 든든한 내수시장 없이 저수익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가능할까? 정부나 기업 모두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때다. 서민만을 위한 베풂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부유한 자와 기업 스스로를 위한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

시안은 한·당 시대의 수도였으며 당나라 때는 세계적인 국제도시였다. 당 현종의 초기 정치는 ‘개원의 치’라 불리며 가장 이상적인 시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차면 기울듯 전성기는 정점이며 쇠퇴로 접어드는 변곡점이기도 하다. 현종의 정치 역시 지나친 외연 확대와 한 여인에 대한 탐닉 속에, 재정압박과 증세로 민초의 고통과 불만이 누적되면서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조세저항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부와 권력을 모두 가진 계층이 힘없는 민초들로부터 손쉽게 세금을 걷으려는 고질적 이기주의가 문제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대단한 부자는 아니나 내 열정과 땀으로 모은 자산은 남부럽지 않다.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오늘이 정점이 아니길 간절히 기원하며 부자세 신설과 증세를 간곡히 요청한다. 약속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서민들에게선 가져갈 수 있는 모든 것을 궁리하면서 증세는 국민을 배신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면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이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의심스럽지 않은가?

중국 시안에서.

오연석 죽음학교 교장·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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