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리본을 단 지도 일년이 되었구나.
팽목항에는 파도만 밀려왔다가
재잘거리는 하얀 웃음으로 사라진다. 오늘도 아버지는 멍하니
금쪽같은 내 새끼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바다만 쳐다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휭한 바람뿐이다. 한 자식을 잃어도 가슴 터지는 아픔인데,
그 많은 아이들을 잃어 나라가 초상임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상주가 없다
늘 보아오듯이 이번에도 시간이 가면
잊어지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상처를 준 어린 가슴을 어찌 달래고
또 무슨 염치로 아이들을 대하려고 하는지, 국민과의 약속 신뢰를 중시한다는 복지국가가
어린 영혼을 바다에 넣어버리고
아이들을 보는 것이 두렵고 무섭지도 않은가. 2008년도 중국의 쓰촨성 원촨에서
지진이 일어난 곳에
원자바오 총리가 피해 지역을 찾았다
66세의 원자바오는 확성기를 들고 목이 쉬도록
구조작업을 외쳤다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아이들을 보고
그가 허리를 굽히고 눈물을 흘리며, “나는 원자바오 할아버지야” 얘야 힘내야 돼.
꼭 구조할 거야, 라고 위로하는 모습을 봤다 그러나 우리는
진도 앞바다에서 기울어가는 세월호 배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서로 껴안고
구조대가 온다는 소식에 기뻐하며
엄마 아빠에게 스마트폰으로 “곧 구조가 될 거야”
엄마아빠 사랑해?
메시지를 보내는 아이들을 쳐다만 보며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일에 가슴이 찢어진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현장에서
원자바오처럼 팔 걷고 최선을 다했더라면… 울고 또 우는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는커녕,
장밋빛 얼굴마담 사진 촬영이나 하며
윗사람은 책임이 없느니 아양 떨며 아부나 하고
서로 떠넘기는 식의 색깔론으로 옭아매려는
이들을 과연 지도자라고 할 수 있을까? 바다는 유유히 파도를 치건만
바다가 죄였다면 한없이 통곡이라도 하여
한을 풀었을 것을,
그런 바다에 천진스런 아이들을 밀어 넣은 것은
탐욕하는 기업,
탐욕하는 사회,
비열하고 무책임한 권력이다 그래서 바다는 성난 파도를 일으키며
분노하는 것이다 이런 사회와 권력을 만드는 정부
또한 그것을 방관하는 어른들 그래서 아버지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는 것이다. 정창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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