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영 단원고 교사는 지난해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제자들을 구하려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해 5월19일 그의 주검이 수습됐습니다. 전수영 교사의 어머니가 1년째 되는 날 딸을 생각하며 <한겨레>에 글과 시를 보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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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전수영 단원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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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꽃이 피는 시기에
꽃을 쫓아다니는
꿀 따는 사람들 이야기 팽목항으로 가는 고속도로 주변에
아카시아꽃이 피었구나
예쁜 딸하고 같이 여행을 간다면
엄마가 아카시아꿀 따는 이야기를 해 줄 텐데
수영이는 아카시아꽃이 피는 것도 보지 못했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을
우리 수영이를 찾으면 보여줘야지
에어포켓이나 어디 근처 무인도에 살아있을 딸에게 그 다음 주 팽목항으로 내려가는 길 주변에
아카시아꽃이 더 활짝 피기 시작했다
우리 수영이를 찾으면
꽃을 따서 먹여줘야지
내가 어렸을 적에
먹어본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괜찮으니까 먹어보라고 해야지 그렇게 몇 번이 지나고
우리 수영이의 참혹한 시신이 수습되기 전 날
팽목항에서 집으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문득 창밖을 보는 순간
아카시아꽃이 다 져버렸다 아! 어느새 꽃이 졌네
이제 꿀 따는 사람들은 힘든 여행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겠구나
아카시아꽃은 이렇게 짧게 피고 지는 구나 그 다음날
우리 수영이는 엄마에게 돌아왔다.
엄마는 딸의 영혼에게 아카시아꽃을 먹이고
꿀 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수영아! 맛있지? 듣고 있지? 최숙란/ 전수영 단원고 교사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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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현장에서 제자들을 구하다 희생된 단원고 전수영 교사는 어릴 적 꿈도 교사였다. 엄마는 죽음 앞에서도 ‘학생들만 생각했던’ 딸의 행동이 자랑스럽다. 딸은 지금도 엄마한테 말한다. “학생들 못 지켜서 미안하다고 학부모님께 전해줘.” 엄마는 지난해 5월20일 딸의 빈소에서 오열하는 딸의 어린 제자들을 꼬옥 안아주었다. 엄마 최숙란씨가 딸의 책상에 앉아 딸의 유품을 바라보고 있다.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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