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운동 때문에 공부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는 없다. 운동을 하든, 그 이상의 무엇을 하든 학생인 이상 수업은 모두 참여해야만 한다. 공부하며 운동하는 학생들을 키워내기 위한 노력이 한 학교에서 시작되었다. 서울체육고등학교(이하 서울체고)는 2006 학년도 신입생 선발부터 중학교 국어, 사회, 체육, 영어 과목의 내신성적 90% 미만이 될 경우 합격에서 배제시키는 최저 학력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서울체고는 운동부 학생선수들이 주로 입학하는 특수목적 학교라는 점에서 이를 계기로 운동선수도 기본적인 학업에 충실하게 되는 학교운동부 활동으로 전환될 것을 기대한다. 사실 학교운동부 학생들의 학업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운동부 학생들이 수업에 참가하는 비율은 하루 평균 4시간 정도다. 특히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이 임박한 시기가 되면 수업을 거의 빠지다시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나라의 교육과정에서 명시된 국민 공통교육 과정은 차치하고라도, 최소한의 기초학력조차 갖추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 모두가 운동선수로서 성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니 설사 성공한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학력은 갖추도록 해야 하는 것이 지도자의 몫인 것이다. 오죽하면 일개 학교에서 이러한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고자 하겠는가. 일선 학교의 대다수 지도자들은 운동부 학생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지도 노력이 전적으로 운동기능의 향상에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운동기능 향상을 위하여 다른 모든 것들을 포기해야만 한다. 공부는 물론 청소년기에 필요한 다양한 체험과 학습들은 불필요한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지도자들의 운동기능 향상을 위한 이런 노력에 대해서 학부모는 물론 교육청도 박수를 보낸다. 최근 불거진 운동부 학생에 대한 비교육적 체벌의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되었다고 보는 것이 본질적 접근이다. 그러면 지도자는 물론, 학부모·교육청 등 운동부 관계자들 모두 왜 이렇듯 운동기능 향상에만 ‘모두 걸기’를 하려 하는가? 거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첫째는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의 과열경쟁 때문이며, 둘째는 대학입시의 특기자 전형에서 대부분의 대학이 경기실적 위주로 학생선수들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둘 다 학생들에게 운동기능만을 연마할 것을 강요한다. 공부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며, 둘을 위한 운동기능 연마에 방해가 될 경우 당연히 포기해야 한다. 그리하여 운동부 학생들에게 공부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은 불필요한 것처럼 되어 버렸다. 그들에게서 당장의 경기실적과 대학입시를 위해 필요한 것은 공부가 아니라 운동기능의 연마이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에도 운동 때문에 공부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는 없다. 운동을 하든, 그 이상의 무엇을 하든 학생인 이상 수업은 모두 참여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외국 대표선수들 가운데 우리의 통념으로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사회적 지위의 직업을 가진 선수들을 볼 수 있다. 그들도 선수생활을 했지만, 그 이전에 공부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 스스로 바라보는 엘리트 체육인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 소수의 성공한 운동선수들은 그렇다 치고 대다수의 운동선수들은 어떤 사회적 인식에 마주하고 있는가. 서울체고에서 최저학력 기준을 마련한 것은 아마도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앞으로 최소한 서울체고에 진학하고자 하는 운동부 학생들은 최소한의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를 통해 수업 참여율 또한 높아지리라 예상된다. 그럼에도 일개의 학교에서 이렇듯 학교 운동부를 포함하여 이 나라 체육계의 거시적인 문제점을 고민하여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이 애처로운 상황이다.그런 점에서 학교운동부를 관장하는 교육인적자원부와 시도교육청, 그리고 문화관광부 및 대한체육회 등에서는 운동부 문제의 현실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들 관계기관에서 행정적으로 직접 관련이 없다거나, 양 체전의 실적에만 관심을 두거나, 국제대회 입상 성과에만 집착하여 학교운동부의 현실 문제를 외면하는 사이 학생선수들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진다. 비록 일개 학교에서 시작하는 작은 몸부림이지만 우리 학생들의 더 밝은 미래와 학교체육의 비전을 위해서 적극적인 지원과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병호/학벌없는 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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