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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제도 변경’ 법안의 위헌성 심사 강화해야 / 정재룡 |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이 나면 신속하게 그 후속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좀더 중요한 것은 사전 입법과정에서 충실한 심사를 거쳐 위헌 결정되는 법률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국회 입법과정에서 위헌성 심사가 충실히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6월 변호사시험법의 성적 비공개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애초 2009년 변호사시험법 제정 당시에는 시험성적을 공개하도록 규정했다. 그런데 2011년 법개정이 이뤄지며 비공개로 변경됐다. 이 비공개 규정이 헌재에서 청구인들의 알권리(정보공개청구권)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한다는 판단을 받게 된 것이다.
이번 헌재의 위헌 결정을 보면, 시험성적 비공개라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 자체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법학전문대학원의 서열화 방지’가 입법 목적이었지만, 시험성적 비공개에 따라 기존 학부 서열이 그대로 법학전문대학원 서열로 고착화된 것을 볼 때 그 정당성이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이런 위헌성 있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 발의 한달여 만에 어떻게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게 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개정안 검토 보고서를 보면 개정안의 취지를 고려할 때 시험성적 비공개는 타당하다는 결론을 제시하면서, “다만 성적 비공개로 인한 합격자 본인의 알권리와 공익 간의 조화, 판검사 임용과 변호사 채용 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통적이고 객관적인 평가요소의 개발이 요망된다”고 적시했을 뿐 위헌성 검토를 구체적으로 하지 않았다. 또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봐도 이 사안의 위헌성과 관련한 논의 자체는 한마디도 없다.
법안 위헌성 심사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과잉금지원칙 위반 가능성을 심사하는 것이다. 과잉금지원칙이란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할 때 준수해야 할 기본원칙 내지 입법의 한계를 말한다.
법안 위헌성 심사를 위해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입법 기능을 지원하는 전문위원들의 검토보고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전문위원은 법안 검토 과정에서 관련 전문가나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위헌 가능성이 있다면 그 문제를 적극 검토해 적시해야 한다. 특히 시험성적 비공개 등 ‘제도 변경’을 하는 입법의 경우 이해관계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위헌성 심사에서 전문위원의 역할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
정재룡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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