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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8.24 18:46 수정 : 2015.08.24 18:46

최고(催告), 해태(懈怠), 구거(溝渠), 언(堰)이 무슨 뜻일까? 민법 용어이다. 보통 사람들은 뜻은커녕 읽기도 어려워할 것이다. 각각 촉구, 게을리하는 것, 도랑, 둑을 가리킨다.

민법은 일반인의 일상생활을 규정하고 있는 기본법이다. 집을 사고팔 때 소유권이 언제 넘어가는지, 혼인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알려면 민법을 보아야 한다. 그런데 법은 거의 전부가 한자로 되어 있고 띄어쓰기조차 되어 있지 않다. 위기(委棄, 소유권의 일방적 양도), 방매(放賣, 매각), 친등(親等, 촌수)과 같이 법률전문가도 알기 어려운 용어가 곳곳에 있다. 궁박(窮迫, 절박한 사정) 같은 일본식 용어나 표현도 즐비하다.

민법을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의 법으로 돌려주기 위하여 알기 쉽게 바꾸어야 한다. 법을 읽지 못하거나 그 내용을 알 수 없다면, 사람들은 거기에 자기가 모르는 무엇이 있을지 몰라 불안하게 된다. 그리고 그 불안은 법과 법률 관련자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불신과 불만을 막고 모든 국민이 법에 따라 생활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민법이 조속히 고쳐져야 한다.

법률전문가나 일반인에게 표준적인 문장의 모범을 보여주기 위하여 민법을 정비해야 한다. 법률가들은 법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자주 민법을 참고하게 된다. 그리고 ‘문장의 어조를 잡기 위하여’ 매일 프랑스 민법을 조금씩 읽었다는 스탕달의 예에서 보듯, 민법은 일반인의 언어생활에도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민법에서 반듯하고 올바른 우리말 사용의 본을 보여주어야 한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아직도 민법에는 일제의 잔재가 수두룩하게 남아 있다. 실질적 광복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민법에는 자(子), 친생자(親生子)와 같이 남성 중심으로 표현된 용어도 있다.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각각 자녀, 친생자녀로 바꾸어야 한다.

송덕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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