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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0.19 19:02 수정 : 2015.10.19 19:02

한 일간지 1면 상단에 ‘단일 국사 교과서 박 대통령이 결정했다’는 제목이 걸린 지 벌써 여러 날이 흘렀습니다. 나는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고, 지리를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학교 졸업한 지도 오래되어 초중고등학교 때 역사 선생님께서 열심히 가르쳐 주셨던 역사조차 기억나는 게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역사에 대해 아는 게 딱 한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개방정신으로 다른 문화를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우리가 부강해지고, 우리 문화가 꽃피었다는 점입니다. 내 것만 옳고 나와 다른 생각은 틀렸다, 다른 것은 위험하다, 그런 것 받아들이면 나라 망한다는 사람들의 소리가 더 높았던 시절엔 망하는 길로 갔다는 것입니다.

비록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변화시킨 위대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그건 괴상하기 짝이 없다, 너무 위험하다면서 거부한 사람이 있었다는 걸 압니다. 또한 역사의 새로운 물결을 거부한 사람들이 거대한 부와 권력을 누리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 부와 권력이 오래가지 않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대통령께서는 우리 꿈의 세대들이 좌파 역사관에 빠져 개인의 미래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까지 어둡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그런 결단을 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각하가 이끄는 현 정부가 마음에 드는 역사 교과서 한권 만든다고 해서 21세기 한국 학생들이 정부에서 ‘보지 마라 하는 책’은 보지도 않고, 그 한권의 책에서 보라는 시각으로만 우리 역사를 바라보진 않을 것입니다.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는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습니다. 통일이 대박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은 틀렸으니 없애야만 한다는 사고방식과 태도로는 나라의 통일은커녕 이미 서로 사랑하던 사람 사이도 깨집니다.

대통령께서는 또한 ‘창조경제’를 외치고 있습니다. 창조적인 새로운 아이디어 없이는 한국 경제의 미래도 없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좌파 역사 교육이 학생들의 창의성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아는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교육을 통해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많이 만들자는 생각으로는 새로운 창조는커녕 이미 싹튼 창조도 말라죽고 말 것이며, 통일의 길은 점차 멀어지고, 그동안 잘 지내던 사람들조차 서로 미워하고 분열될 것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류재명 서울대 지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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