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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6 18:01 수정 : 2005.10.16 18:01

하현명·대학생

발언대

사립대학이 얼마나 비민주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서울의 한 대학에서 발생했다. 동덕여대학보사가 지난 10일치 제358호를 제호 없이 발간했다고 한다(<한겨레> 13일치). 학교 예산이 아닌 기자들이 모금한 돈으로 인쇄를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신문도 학교 안에서 나눠주지 못하게 해 교문 밖에서 나눠줬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학보사가 손봉호 총장의 취임 1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90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손봉호 총장 취임 이후 학교 운영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50%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학보사는 ‘손 총장 학교운영 F학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학교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학보 주간교수를 해임했고, 주간교수 자리가 공석이라는 이유로 기사를 사전 검열하는 등 편집권을 침해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예는 비단 동덕여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많은 대학 신문사들이 학교에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다는 이유로 발행을 정지당한 경험이 있다. ‘기자 역량 부족’이라는 빌미로 학교에 비판적인 기자들이 해임된 경우도 여럿 있다. 기사를 교정한다며 비판적인 표현을 수정하거나 기사 자체를 없애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런 문제가 잇따르는 것은 대학 신문사의 비정상적인 구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학 신문사 발행인은 그 대학 총장으로 되어 있다.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신문사의 재정도 학교 쪽에서 관리한다. 이는 정부가 <한겨레>의 발행인이고, 신문을 만드는데 필요한 돈까지 정부가 관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구조라면 한겨레라고 한들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대학 안에서는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은 교육기관이다. 100만 명 이상의 젊은이들의 배움이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학 스스로 비민주성을 떨어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하현명/경기 광명시 철산3동·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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