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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7 18:29 수정 : 2005.10.17 18:29

왜냐면

현재 인구의 네 배 수용을 계획하고 있는 이 도시에서 폭증하는 자동차 물결을 도로 건설로 감당하겠다는 발상은 무섭도록 안이하다.

제2 자유로 건설안이 고양시와 파주시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1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문제는 일상화된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으로 시달리는 일산 새도시 주민들이 아파트숲을 가로지르는 이 6차선 자동차 전용도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표면화되었다. 파주 새도시와 엘지필립스, 엘지문산공단, 개성공단 등 개발 계획이 줄줄이 서 있는 파주시로서는 애초 주택공사가 기획한 대로의 원안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대결의 양상은 근본적인 쟁점을 비켜가고 있다.

제2 자유로가 교통 정체나마 풀어줄 것인가? 시민들은 무엇보다도 이 길을 더 뚫음으로써 더는 자유로가 막히지 않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이 길은 그 꿈을 이뤄줄 수 없을 것이다. 자유로와 제2 자유로가 만나는 지점에서의 병목현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서울 상암동에서 이미 길이 막히고 있는 실정 아닌가. 결국 지금의 기다랗게 늘어선 차량들이 6차선 도로 폭까지 넓게 펼쳐치는 꼴이 되고 말 뿐이다. 이렇듯 예상이 빗나감은 주공이 지닌 도시에 대한 철학, 사업추진 방식 속에서 이미 잠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주공은 인구 12만의 파주 새도시를 구상하면서 동서남북으로 쭉쭉 뻗은 도로를 건설하는 것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자동차 도로는 자동차 수요를 부를 뿐이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려는 욕구를 자제시키기 위한 정책이 없으면 새도시는 기존 도시가 안고 있는 환경문제, 교통체증과 숨막히는 대기오염을 고스란히 재생산하게 될 것이다. 하물며 머잖아 현재 인구의 네 배 수용을 계획하고 있는 이 도시에서 폭증하는 자동차 물결을 도로 건설로 구태의연히 감당하겠다는 발상은 무섭도록 안이하다. 실상 안이함 이상의 치밀한 계산이 있었을 법하다. 수십 년 대단위 택지 개발을 독식해온 주공으로서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늘린다는 천민 자본주의적 계산법 말이다.

자동차 도로가 능사가 아닌 것은 파주 새도시가 놓인 지리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경의선 철도가 지나고 있고 인근 일산까지 지하철 3호선, 9호선이 들어와 있다. 하기에 경의선의 이용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고, 지하철을 파주 새도시로 연결시킬 때, 교통수요를 얼마나 흡수하는지 검토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고 나서 자동차 도로의 필요성을 경제성과 환경성을 아울러 다각적으로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파주 새도시의 교통영향 평가서는 교통수요에 대한 예측이나 대안을 숫자 늘어놓기 수준에서 다루고 있을 뿐이다. 애시당초 대중교통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경전철을 슬그머니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릴 때도 그랬다. 기본계획의 부실함에 더해 주민들이 법적 요건을 갖춰 요구하여 열린 공청회에서 토론자에게도 일체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토론하라는 독선적 행태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도둑이 제발 저려서인가. 주민들의 공공연한 참여에서 우러나는 현장적 지혜가 두러워서인가.

건설부와 주공은 제2 자유로 건설 이전에 원점으로 돌아가 기본부터 다시 짚어봐야 할 것이다. 경의선, 지하철 3호선, 경천철, 기타 대중교통 수단을 망라하여 교통 수요를 다시 예측하고 대안을 엄밀히 비교·검토하여 주민들과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려면 주공과 먹이사슬로 얽힌 전문가만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을 가진 전문가와 시민단체를 아울러 검토위원회부터 구성해야 한다. 그것은 공기업 주공이 ‘인간을 위한 도시 건설’이라는 철학으로 탈바꿈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현숙/파주신도시 친환경개발을 위한 시민연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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