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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7 18:32 수정 : 2005.10.17 18:32

왜냐면 반론 - 이승렬 교수의 “수돗물 불소화, 안전성 검증 안돼”를 읽고

수돗불 불소화 사업은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수돗물을 음용하면 충치가 예방되는 사업이므로 대중적이다. 그러면서도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외계층에 더 도움이 된다.

10월11일치 ‘왜냐면’에 실린 영남대 영어영문학 교수 이승렬님이 쓴 “수돗물 불소화, 안전성 검증 안돼”를 읽고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이승렬님은 영문학자로서 보건의료 전문가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너무 자신있게 수돗물 불소화가 안전하지 않다고 언급하고 있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의사협회 등 수많은 보건의료단체들이 안전하다는 것을 인증하였으며, 2003년 5월에 발표된 ‘불소처리 수돗물의 건강영향에 관한 의학적 고찰’이라는 대한의사협회 연구용역검토 결과보고서에서는 “불소화 사업이 반상치 이외의 건강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이 있다는 증거는 현 단계에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안전성에 문제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승렬님의 주장에서 간과한 우리나라 구강보건 현실에 대해 말함으로써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이하 수불사업)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 것인지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구강 건강상태는 거의 절망적이다. 12살 아동의 영구치 가운데 충치는 2004년 3.25개로 영국(1.1개), 미국(1.4개)에 비해 3배 이상 충치가 많았다. 65~74살 노인의 구강상태는 더 나빠져 영구치가 2000년 16.26개에서 12.06개로 줄어들었고 의치를 장착해야 하는 경우도 2000년 40.2%에서 42.5%로 증가하였다. 이로 인한 충치치료 비용도 직접 진료비만 연간 최소 1조원이 넘어선다. 필자의 경우 충치 하나 치료하는 데 보험이 안 되는 경우 20만원이나 들었다. 충치는 예방이 가능하다. 이승렬님이 그렇게도 비판한 수불사업을 시행하면 1인당 수백원으로 충치를 40~60%까지 예방할 수 있다. 충치 때문에 치아가 빠지면 보철 비용이 수십만원이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적인 이득이 얼마나 되는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에서는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을 적극 찬성하며 이의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건치가 수불사업을 찬성하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 때문만은 아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공세로 날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빈곤층은 700만, 장애인은 400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신빈곤층의 증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건치는 국민 6명당 1명꼴의 빈곤층 시민들이 아파도 경제적인 여력이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 매일매일 살아가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대해 고민한다. 건강 불평등 문제가 이처럼 절박하게 다가온 적이 과연 있었던가.

수불사업은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수돗물을 음용하면 충치가 예방되는 사업이므로 대중적이다. 그러면서도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외계층에 더 도움이 된다. 이 사업의 중요한 사회적 의미는 바로 ‘공공성’에 있다. 수불사업이라는 공중 구강보건 사업에 내재되어 있는 공공성, 공익성이라는 가치는 신자유주의 시장논리에 위협당하는 개인의 구강건강을 지킬 뿐만 아니라 건강권이라는 사회적 권리(사회권)를 요구함으로써 시장 상업주의에 대항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우리는 많은 예를 통해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시장경제에 포섭되지 않을 만큼의 경제적 부를 가진 자만이 개인의 선택권을 마음껏 행사할 수 있음을 보아 왔다. 수돗물 불소화 논쟁에서 이제는 개인주의적 사고는 자제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개인의 선택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시급한 것은 공공성과 공익성이다.

우리는 모든 이들이 우리 사회 보건현실을 냉철히 돌아보고, 날로 양극화되는 건강 불평등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공공선’에 대해 좀더 사려 깊고 섬세한 고민이 있기를 바란다.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은 우리 사회 다차원적인 가치들 사이에 자리잡은 매우 의미 있는 공중보건사업이자, 건강 불평등을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는 개혁적인 보건복지정책인 것이다.


서대선/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회원·서울시립 동부병원 치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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