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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2.14 19:05 수정 : 2015.12.14 19:05

지난 4~5일 주거복지 콘퍼런스 조직위원회와 한국도시연구소에서 주최한 ‘주거복지 콘퍼런스’가 열렸다. 대주제는 ‘시장과 주거복지’였다. 발제자들의 논지는 점점 심각해지는 주거 문제로 인해 공공 영역이나 복지 영역만으로는 커져가는 주거복지 요구를 감당할 수 없고, 시장과 복지가 결합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장과 복지라는 상충되는 영역을 엮으려는 시도 자체는 논의해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너무나 비정상적인 구조를 고려하면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먼저 공급 측면에서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대형 건설사에 의한 대규모 공급 중심 구조다. 최대한 빠르게 많은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정책에 바탕을 두고 있다.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재개발 사업을 보자. 재개발 사업 구역 1곳의 평균 면적은 4만3천㎡이다(2012년 서울시 발표자료). 공사 규모가 큰데다 원주민 보상 등에 따른 위험성도 커서, 초대형 재벌 건설사들만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를 봐도 택지, 금융, 세제 지원에 수익률까지 보장한다. 현재까지 뉴스테이를 공급한 건설사로는 대림산업, 한화건설, 케이씨씨(KCC)건설, 반도건설, 대우건설이 있다. 이 역시 빠른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지원을 통해 대형 건설사들에 시장을 만들어준 것이다.

수요의 측면에서 보면 투자를 위한 가수요를 바탕으로 하는 구조다. 2010년 기준 서울시의 주택보급률은 97%이다(전국 101.9%). 반면 자가점유율은 약 41%에 불과하다. 거칠게 계산해서 주택의 56%는 가수요자 소유의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주택인 셈이다. 더욱이 자가점유율은 1995년 이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최소한 서울에 신규 공급되는 주택의 절반 이상은 거주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이 사고 있다. 이 사람들이 없이는 지금의 가격이 유지될 수 없다.

이런 시장구조를 떠받치는 기반은 부동산을 통한 자산 형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부동산은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끊임없이 집을 사고, 팔고, 빌리고, 빌려주며 사람들은 자산을 모았다. 국가는 대형 건설사를 통하거나 직접적인 방법(세금·대출 등)으로 이를 지원했다. 하지만 이젠 부동산을 통한 자산 형성의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하던 전세가 사라져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가 꺾여 대출받아서 집을 사면 오히려 하우스푸어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끊긴 상황에서 지금의 주택시장 구조는 무주택자와 유주택자의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무주택자는 자산이 없기 때문에, 새로 공급되는 주택도 집을 가진 사람이 사게 된다. 이 집은 월세로 임대될 것이며, 임차인은 월세를 내느라 자산 형성이 어려워진다. 주택을 통한 계층의 고착화다. 그런데 복지가 왜곡된 구조를 통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시장과 손을 잡는다? 적어도 아직은 아니다. 시장과 주거복지의 만남을 말하려면 먼저 시장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전문수 사단법인 나눔과미래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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